정부가 인공 임신 중절 수술 일명 낙태 시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하면서 의사회가 전국 실태 조사 결과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마찬가지로 미프진 등 낙태 유도제 불법 판매에 대한 자료도 이미 조사를 끝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8월 의사회 차원에서 전국 1200곳의 산부인과 병의원을 대상으로 낙태 시술 현황을 자체 조사하고 그 결과를 도출했다.
또한 낙태유도제로 널리 알려진 미프진 등에 대한 온라인 불법 판매 현황도 자체 조사를 통해 확보하고 분석을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회 관계자는 "전국적인 실태 조사를 마치고 이에 대한 결과를 공유한 상황"이라며 "낙태약 판매 현황도 자체적인 조사를 끝낸 상태"라고 말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1200곳 중 약 8% 정도가 행정처분 규칙 개정 후에도 낙태 시술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약 20%는 그 후에 낙태 시술을 잠정 중단했지만 다시 시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을 보며 다시 시작한다는 응답이 돌아온 셈이다.
지난 8월 개정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르면 낙태 시술이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현재 낙태 시술을 하고 있는 기관에 이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상태지만 결과를 공개하거나 관련 자정활동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의사회 차원에서 회원 고소, 고발은 매우 신중한 사안"이라며 "자칫하면 의사 사회 내부가 분열될 수 있는데다 사회적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현재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간 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자칫 분열을 조장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만약 낙태 시술을 하고 있는 곳이 산부인과의사회 소속이거나 한다면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낙태약 판매도 마찬가지다. 불법적인 루트로 유통되는 상황들을 면밀히 파악해 놓은 상태지만 이를 공개하는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혹여 의사회에서 낙태약 불법 유통 등을 이유로 낙태 시술 합법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받아들어질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의사회 관계자는 "낙태 시술 전면 거부 이후 인터넷에서 승인되지 않은 고가의 낙태약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환자들은 낙태를 위해 전전하다 비전문가의 불법 낙태 시술을 받거나 불법 낙태약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만약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마치 산부인과의사들이 낙태 시술을 거부해 그런 것으로 몰고 갈 수도 있는 분위기"라며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