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 판결에서 의사 3명이 법정구속된 사건에 대해 의대교수는 물론 변호사 또한 "이례적인 결정"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수원지방법원 형사판결문 및 지난 2015년 민사 판결문에 대한 의대교수, 변호사, 대학병원 법무담당자의 의견을 각각 들어봤다.
그 결과 3명의 전문가 모두 법정구속에는 물음표를 달았다. 하지만 법 전문가들은 해당 의사 3인의 실형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동조했다.
허대석 교수 "의학적 근거 명확하지 않은 판결"
먼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초대 원장을 지낸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내과)는 "법원은 사망의 원인이 된 횡경막탈장의 발생시기가 2013년 5월 27일 이전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를 진단하지 못한 점에 근거해 죄를 구성하고 있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횡격막 탈장은 선천적인 경우 출생직후 대부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 사건과 연관이 없고, 후천성인 경우 대부분 외상으로 발생, 그 이외 횡격막 탈장은 지극히 드물다고 봤다.
즉, 법원이 어떤 근거로 횡격막 탈장이 사인이라고 판결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또 다른 사망원인으로 긴장성기흉, 혈흉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를 지목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응급상황은 제대로 된 치료를 해도 수시간내에 사망에 이를 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의학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이어 "환자가 최초로 병원에 내원한 것이 5월 27일이고 사망한 시점은 6월 9일로 13일간의 간격이 있었는데 이것이 원인질환이라면 그 이전에 사망했어야 한다"며 "긴장성기흉, 혈흉에 의한 저혈량성 쇼크는 최초 진료한 병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전했다.
사망원인에 대한 해당 병원의 책임에 대해서도 허 교수는 "5월 27일에 응급조치를 필요로 하는 신체적 상황이 있었는데 13일간 버티다 사망에 이르렀다는 주장은 신빈성이 떨어진다"며 "그 이유는 횡격막탈장 혹은 긴장성 기흉, 혈흉에 의한 저혈량쇼크 등은 수일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영상의학과 소견을 해당 의료진이 놓쳤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판단할 때 영상자료 이외에도 활력증후, 혈액검사 등 다양한 소견을 검토해 응급상황인지 진단하고 추가검사를 의뢰한다"며 "영상자료에만 의존해 적절한 진료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논리에 비약이 있다"고 봤다.
허 교수는 이어 당시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차에게도 법정 구속 판결을 한 것도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는 피교육자로 복잡한 의학적 상황에 대한 판단이 미숙하기 때문에 이를 배우기 위해 근무하는 의사로 이들에게 가혹한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문제가 있다면 관리감독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서로 최종원 변호사 "법정구속 아쉽지만 실형은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법조인도 법정구속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실형 판결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게재한 범죄사실이 모두 맞다고 전제한다면 그럴만 하다고 봤다.
법무법인 서로 최종원 변호사는 "의사에게 실형 판결을 내리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형사 판결문에서 '범죄의 사실'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폐렴' 소견이 의심된다는 엑스레이 판독 결과서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부분 등을 고려할 때 실형 판결을 내릴만 한 사건"이라고 했다.
법정구속 결정은 아쉽지만 실형 판결은 받을 만했다는 얘기다.
그는 "1차 진료한 응급의학과의 오진은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2차 의사는 판독결과가 나왔음에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료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소송에서 검사기록을 확인했느냐의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송에서 혈액검사 결과지, 영상의학과 판독지 등은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횡경막 탈장 진단이 어렵지만 이미 폐렴 소견이 나온 이상 치료를 했어야했고, 소견과 환자의 임상학적 소견이 다를 경우 검사 결과지에 따라 처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유를 댈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을 보면 판사도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럼에도 환자를 이정도까지 방치했다는데 죄를 물은 것 같다"며 "법정구속은 사실 판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쉽다고만 애기할 수 있겠다"고 했다.
대학병원 법무담당자 "검사결과지 미확인에 실형 판결 가능"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병원 법무담당자 A씨 또한 법정구속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지만 실형 선고는 가능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취했다.
동일한 증상으로 4차례 응급실을 내원했음에도 잘못된 진단을 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중간에 엑스레이 판독 결과가 나온 이후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개인적으로 전공의 대상 법무교육을 실시할 때 동일한 증상으로 2번이상 내원하면 풀 검사를 하라고 교육할 정도"라며 "실제로 응급실에서 6명의 전공의가 환자를 놓치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바 있는만큼 주위의 의무를 다할 것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실형 선고도 법정구속도 이례적이긴 하다"며 "판결문에 게재하지 않은 재판에서 해당의료진의 태도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최근 의료소송의 트렌드를 전했다. 과거에는 형사소송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에는 민사소송을 한 이후에 형사소송을 거는 경우가 급증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형사소송법 개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에 따르면 과거 민사 소송은 준비단계에서 2년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민사부터 하면 공소시효인 5년에 맞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법 재정으로 공소시효가 5년에서 7년으로 늘었고, 이와 함께 민사 소송 진행이 빨라지면서 민사 판결을 유리한 판례를 확보한 이후에 형사소송에 나서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과거 형사에서는 입증이 어려워 환자가 패소하는 경우가 더 많아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불리했지만, 최근 민사에서 유리한 판결을 확보한 환자들이 형사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의사는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