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6일 오진으로 법정 구속된 의사 3인의 1차 항소심 재판이 예정된 가운데 최근 의사 3명과 유가족이 합의했다. 형사합의금은 앞서 민사 합의금 1억 4000만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봉합됐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의 양상은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의 성남OO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의 법정 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대표 변호사는 31일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현 변호사는 먼저 "대리인 A씨는 얼마전 의원을 개원한 상태로 하루라도 빨리 풀려났으면 하는 입장으로, 향후 판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합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우려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고 A씨의 심경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역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고 의협이 강경하게 대응에 나서면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사실이 떠돌기 시작했고, 자칫 항소심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것을 택했다"고 간담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소송 대리인 A씨는 '자신이 구속된 상황에 대해 황당하고 이해를 할 수 없었는데 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준 것에 대해 깜짝 놀랐고 한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며 말했다.
응급의학과 A씨의 응급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나
이날 현 변호사는 응급의학과 A씨를 중심으로 정리한 사건의 전말을 정리해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2013년 5월 27일 00시 53분경 과식후 저녁부터 복통증상이 지속된 8세 소아환자가 성남OO병원에 내원했다.
당시 당직을 서던 전공의가 초진을 마친 후 흉부엑스레이 및 단순복부 엑스레이 촬영을 지시했고, 이후 오전 01시 00분 당시 응급의학과 과장이었던 A씨가 환자를 인계받았다.
당시 소아환자는 폐음이나 호흡은 정상으로 단순 복통을 호소했으며 외상으로 복부를 맞았다는 언급은 없었다.
이후 복부 엑스레이 확인 결과, 비특이적 복통 의증으로 진단, 보호자에게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보여주며 "변이 많이 찼다"고 설명한 후 관장을 실시, 증상이 호전됐다.
A씨는 추적관찰을 위해 평일 주간 시간에 소아과 외래로 방문할 것을 지도하고 01시 45분경 귀가조치했다. 응급실 내원한지 약 한시간만에 퇴원한 셈이다.
당시 흉부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사건 이후에 확인해보니 흉수가 일부 차는 것은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A씨는 흉부 엑스레이 결과를 확인했는지 확실히 기억하지 못했고, 추가적인 조치도 없었다.
현 변호사는 "당시 약 100여명의 응급환자가 내원했고 해당 소아환자 내원 전후로 중증 응급환자가 다녀가면서 중증환자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경증환자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A씨는 당일 오전 9시부터 근무를 시작, 소아 환자를 진료한 당시에는 이미 약 16시간째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A씨가 환자를 귀가조치했을 당시, 복부 및 흉부 엑스레이 영상촬영결과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영상의학과 판독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소아청소년과 B씨·가정의학과 전공의 C씨의 진료는 어떻게 진행됐나
이후 소아환자는 A씨의 지시대로 5월 27일 14시 27분경 소아청소년과로 내원, 당시 소청과 과장인 B씨도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지 않았다. B씨는 당시 병원은 EMR에서 흉부엑스레이 사진이 로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 결과, 흉부 엑스레이 사진상 흉수가 발견, 폐렴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제시한 것은 그 이후다.
이후 5월 30일 10시 30분 환아는 소아과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지만 당시 영상의학과 판독 결과를 확인하지 않았고 문진 및 촉진을 통해 비특이적인 복통을 변비로 진단, 6월 4일 다시 내원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후 환자는 내원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전공의 1년차인 가정의학과 C씨는 6월 8일 소아환자를 마지막으로 진료했다. 환아는 심한 복통을 호소, 복부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이를 변비로 진단, 조치후 귀가조치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엑스레이 사진만으로도 횡격막 탈장이 명확하게 확인될 정도로 진행된 상황이었다.
분당OO병원 응급조치는 적정했나
이후 환아는 6월 8일 23시 04분경 분당OO병원 응급실로 내원, 이 병원에서 보호자는 '5월초 합기도를 하다가 맞은 것 같다'는 취지의 병력을 처음 고지했다.
23시 30분경 환아의 산소포화도가 85~86%로 하강하고 폐청진음이 줄어들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산소를 10L공급하고 23시 45분경 좌측 흉강천자를 실시했다.
이후 00시 35분경 좌측 폐 흉관배액술을 실시 흉수를 300cc 배액했으며 이후 700cc를 추가로 배액, 좌측 폐에서 총 1000cc를 배액했다.
그러자 환아의 혈압이 하강, 산소포화도 역시 하강하며 저혈량성 쇼크 상태에 이르렀고, 01시 45분경 세미코마, 02시 04분경 심정지가 발생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 02시 14분경 잠시 회복했지만 02시 40분경 흉부 및 뇌 CT검사 결과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및 혈흉이 발견, 좌측 횡격막의 탈장 및 페허탈이 발견됐다.
환아의 혈압은 03시 00분 61/34mmHg까지 떨어졌고 03시 40분경 우측 폐의 흉관배액술을 시행, 830cc혈액을 추가로 배액, 08시 45분경 다시 심정지를 일으켰고 결국 10시 06분 사망에 이르렀다.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사, 형사 소송 과정 중 상반된 입장 보인 진료기록 감정
현두륜 변호사는 형사에서 진료기록감정이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봤다. 이 사건은 총 3건의 진료기록 감정을 실시하는데 한건은 민사소송 과정에서 두건은 형사소송 과정에서 각각 진행했다.
민사 과정에서 실시한 이대목동병원 진료기록감정에서는 "성남OO병원 응급실 최초 내원 당시 피해자 즉 환아에게 횡격막 탈장이 확실히 보이지 않고, 6월 8일에서야 횡격막 탈장 가능성이 확인된다"고 적었다.
이어 "분당OO병원에서 우측 흉수 배액후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여 그 원인은 많은 양의 흉수를 배액한 후 발생한 저혈량성 쇼크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후 유족은 횡격막 탈장의 진단을 지연해 환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고소, 형사 소송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진료기록감정을 추가적으로 실시했다.
중재원은 "생후 1개월 이후 특히 6세 이상에서 발견되는 횡격막 탈장은 상당히 드물고 A씨가 응급실에서 진료할 당시 복통이 횡격막 탈장에 의한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흉부 엑스레이 결과, 숙련된 전문의라도 당시 검사결과에서 흉수를 발견했더라도 횡격막 탈장의 확정적 소견인 탈장된 내장기관이나 공기음명이 없어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흉부 엑스레이 판독에 대한 과실과 환아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에서 실시한 감정에서는 "5월 27일 당시부터 횡격막 탈장 소견이 명백하다"고 적었다.
이어 "분당OO병원 내원 당시 환아의 위가 횡격막을 통과해 흉각에 진입했고 위가 팽창하다가 천공되었고 위산에 의해 심장이 화학적 화상을 입어 사망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당초 유족은 성남OO병원과 분당OO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서 성남OO병원의 진료상 과실만 인정됨에 따라 병원 측이 1억 4000만원을 배상했다.
이후 진행된 형사 소송 선고는 당초 8월말 실시할 예정이었다가 재판부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해보라"며 선고기일을 연기, 약 2500만~3000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불발, 유족의 비협조로 형사공탁도 하지 못했다.
이후 피고인 3명의 의사는 갑작스럽게 법정구속 신세가 된 것이다.
현 변호사는 "법정구속을 함으로써 수세로 몰아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좋지 않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구속된 이후 피해자 측이 거액을 요구하더라도 합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이어 "앞서 합의를 하지 않은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만약 합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하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형사재판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재판부, 굳이 법정구속할 이유가 있었을까
특히 현 변호사는 이들 의사 3명을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한 것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이제 막 개원해 의원을 운영하느라 바쁘고 홀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도주의 위험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과장도 이미 성남OO병원을 나와 봉직의로 근무하던 중이었으며 가정의학과 C씨는 당시의 사건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며 항소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는데 이들을 법정구속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