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팀은 국내 다기관 연구를 통해 지난 18년간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 및 제균 치료율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0월호에 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보건 차원에서 헬리코박터균의 국내 감염률 및 지역별 감염률의 현황과 양상을 파악하고자 연구를 설계,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 10개 대학병원 및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만 3770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대한 현주소와 감염률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소화기질환이나 증상 및 제균 치료 경험이 없는 16,885명 중 43.9%(7,416명)에서 헬리코박터균 항체 양성 소견, 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1998년의 항체 양성률 66.9% 보다 23%p 감소한 결과로, 2005년 59.6%, 2011년 54.4%였던 결과와 비교해서도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지역별로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항체 양성률이 50% 이하였고, 이 세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항체 양성률의 감소 추세가 확인됐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60% 이상으로 조사됐던 1998년도의 결과와 비교해 확실히 변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제균 치료율을 조사한 결과 23.5%로 조사됐는데, 이는 2005년 13.9%에서 약 10%p 증가된 수치다. 특히 남성, 연령이 높을수록, 소화기 증상이 있을수록, 가계 수입이 높을수록, 그리고 흡연자들에서 제균 치료 시행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점막에 사는 세균으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 및 위염, 위암과 같은 위장질환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으며 국제암연구소(IARC) 역시 생물학적 발암물질로 규정한바 있다.
다행히도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감염률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산업의 발전, 핵가족화, 청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사실을 감소 요인으로 꼽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2011년에 실시한 전국 조사결과, 지역별로 변화양상에 조금 차이가 있긴 했지만 과거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미국, 북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감염률이 30%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 국내 감염률은 43.9%로 선진국 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이지만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며,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환자 교육과 매스컴을 통한 인식의 향상으로 제균 인구가 늘고 있어 국내 감염률은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는 "2018년 1월부터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대상 및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돼 제균 치료율의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이어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감소와 제균 치료의 증가에 따라 앞으로 소화기질환의 발생 양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회에서 준비하고 발표될 새로운 치료지침들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