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심평의학'이라고 불리며 요양급여비용 심사의 핵심이던 '급여기준'이 대전환 시기를 맞고 있다.
오는 2022년 전면개편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심사체계 개편과 함께 비용효과성이 아닌 의학적 근거가 우선시 되는 심사기준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경향심사'와 '동료의사평가제'로 대표되는 심사체계 개편과 함께 '의학적 근거 중심 심사기준' 개선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요양급여 일반원칙(별표1) 1조 다 항목을 삭제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지만 돌연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요양기관 의료행위 청구액 삭감 근거로 작용되고 있는 '비용효과성' 항목을 삭제하겠다는 내용.
그동안 의학적 근거 중심보다는 비용효과성이 우선시 되는 심사가 되다보니 결과적으로 의료계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복지부는 진보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 내부 논의 끝에 문구를 유지하면서, 불분명했던 비용효과성 항목 주체를 복지부 또는 보험자로 명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후 심평원이 경향심사 전환으로 대표되는 심사체계 개편과 함께 소위 '심평의학'이라고 불리며 심사 삭감의 근거가 되는 급여 및 심사기준 개편 작업만 돌입한 것.
의료계는 이를 두고 비용효과성 원칙을 유지하는 대신 심평원이 의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한 심사기준 마련 작업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심평원 협의체에 참석한 바 있는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심사체계 개선 협의체에서 경향심사와 동료의사평가제와 함께 의학적 근거 중심으로의 심사기준 개선 작업이 논의되고 있다"며 "국내외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발굴해 급여기준 고시를 대체한다는 것이 개선 방향"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용효과성 원칙을 삭제하지 않는 대신에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심사기준을 설계해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깔려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불분명하거나 제한적인 급여기준은 의학적 근거 중심으로 개선 또는 폐지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심사체계 개편 회의를 통해 심평원은 의약단체에 임상진료지침을 활용한 심사분석 및 지표를 개발하고, 급여기준 고시를 대체해 심사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지침이 없거나 표준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제외국 가이드라인을 참조하기로 의약단체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동안 일부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만 적용하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왔던 일부 심사기준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의약단체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지난 달 제2차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이하 협의체) 회의 종료 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의학적 근거기반의 심사방법론 개선에 전체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의약단체와 함께 급여 및 심사기준을 함께 설계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의학적 표준근거가 모호하거나 없는 경우 합리적인 급여기준 등 그 외 자료를 참고해 발족이 예상되는 동료심사평가위원회(PRC) 합의 하에 판단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며 "더불어 임상정보를 심사과정에 바로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해 심사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의학적 근거 중심의 심사결정 기전을 마련하고 제한적 급여기준은 개선하겠다는 것이 심평원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