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증상을 뇌염으로 의심하고서도 추가 검사를 미루다 하루 늦게 치료에 들어간 병원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미 뇌염을 의심한데다 추가적으로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이에 대한 처치가 늦었다면 당연히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최근 뇌염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다음날 처치를 받고 결국 뇌병변 후유증이 발생한 환자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의 책임을 물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03년 7월 12일 환자가 발열과 복통, 구토를 호소하며 한 의원을 찾아가면서 시작됐다.
이 의원 의사는 환자에게 해열제 등을 처방했지만 같은 날 오후 환자가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A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시켰다.
A대학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과겨력과 증상을 조사한 뒤 뇌수막염 의증, 뇌염 의증으로 진단했지만 해열제와 항생제만 주사했고 다음 날 신경계 이상 증상이 보이자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뒤 뇌염 치료를 위한 약물을 처방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다른 대학병원으로 전원됐으나 40일간의 치료 후 뇌병변 후유증으로 인한 근력저하와 강직 등의 영구적인 장애가 남았다.
그러자 이 환자의 부모는 A대학병원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 영구 장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 그 이전에 보였던 증상을 봤을 때 뇌염의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며 "당시 의료진도 진단에 뇌수막염 의증과 뇌염 의증을 포함시킨 사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내원 당시 발열이 없어 곧바로 뇌염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발열이 다시 나타난 시점에는 뇌염 가능성을 인지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판시했다.
응급실 내원 당시 뇌염을 의심하고도 곧바로 처치하지 않은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지만 그 이후 발열이 일어났는데도 다음날 검사를 진행한 것은 과실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뇌염은 예후가 좋지 않고 응급조치의 필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뇌염이 의심된다면 최대한 빨리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이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기록 등을 봐도 당시 뇌척수액 검사를 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아울러 재판부는 "발열 증상이 나타난 그날 오후에만 뇌염 진단을 했다면 조기치료가 가능했는데도 6시간이나 지나 치료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병원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병원에 책임을 물은 원심은 타당하다"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