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난립과 관련 도매상에 불과한 중소형 제약사의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큰 틀은 세 가지다. 식약처는 현재 국내의 간소화된 허가 규정이 '국제조화'에 뒤떨어져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 착안, 면제된 자료 제출 내역 강화와 무분별한 위수탁 제한, 심사수수료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발사르탄의 발암 물질 혼입 사태를 계기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위탁‧공동 생동성시험 규제로 제네릭의 진입 장벽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식약처도 은근슬쩍 위탁‧공동 생동성시험 규제를 제약사 체질 개선 방안으로 꺼내들었지만 발사르탄 대책의 일환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공동생동을 규제한다고 혼입물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위탁‧공동 생동성시험 규제와 발사르탄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며 "과거 제약바이오협회의 요청에 따라 지금 다시 규제안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위탁‧공동 생동성시험 규제뿐 아니라 넘쳐나는 염 변경 개량 신약도 사실상 제네릭에 불과하다며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손 안대고 코 푸는 제네릭 개발, 무늬만 신약인 염 변경 개량 신약을 제한하면 자연스레 '진짜 신약'을 위한 R&D가 늘어난다는 논리다.
진짜 문제는 위수탁 제한, 심사수수료 인상, 그리고 그로 인한 제네릭 품목 수의 감소가 과연 제약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생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소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한 본질적인 이유는 리베이트 차단 목적이다. 공동으로 개발한 제네릭이 대거 양산돼 리베이트 경쟁을 촉발하는 만큼 위수탁을 제한하자는 것. 이는 사실상 영업력과 인지도, 체력을 갖춘 상위 제약사를 위한 '진입 장벽'의 역할일 뿐 제약사의 R&D 유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바이오협회의 이름으로 공동생동·위탁생동 허용 품목 제한 방안을 건의했지만 이에 모든 제약사들이 동의하는 건 아니"라며 "중소형 제약사가 보기엔 제네릭 장사로 성장한 상위 제약사들이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적이 늘고 체력이 비중되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R&D를 할 뿐 아니라 제네릭의 범람은 자연스레 차별화 품목 개발을 위한 토대가 된다"며 "지금 상위 제약사들 역시 과거엔 모두 도매상으로 시작하거나 카피약을 팔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현재 R&D 기술 중심 제약사로 알려진 대부분의 회사들은 제네릭으로 먹고 살았다. 그들도 제네릭 생산으로, 염 변경으로, 천연물 추출로 쌓인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의 바탕이된 원천 기술을 습득했다. 제네릭의 범람은 '악'이 아니라 제형 개발과 복용편의성 증진시킨 차별화 품목 탄생의 토대가 됐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뜻. 실제로 해외에서 잘팔리는 중소 제약사 품목은 복용편의성을 개선한 품목들이 많다.
제약협회 회장들이 두 번이나 찾아와 규제를 요청했을 때에도 침묵하던 식약처는 왜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카드들을 꺼내들었을까. 발사르탄 사태의 해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 때 묵혀둔 민감한 이슈를 은근슬쩍 해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현재 200만원대에 불과한 심사수수료를 2~3배 가량 인상하고 위수탁을 제한한다고, 제출 서류를 강화한다고 과연 제네릭 품목 수가 줄어들까. '불필요'한 규제를 탓하며 울며겨자 먹기로 제네릭 품목 허가를 그대로 진행하진 않을까. 체력이 부족한 중소형 제약사에 부담만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까. 아니 그것보다, 경쟁을 촉발하는 제네릭의 범람을 악으로 보는 시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