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산업은 우리의 삶과 정신세계를 보듬어 줄 정서산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치열한 도심 속에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한 휴식과 재충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연의 중요성도 커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과거 나무 몇 그루에 지나지 않았던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실개천', '아열대온실' 등으로 옷을 갈아입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병원에도 그대로 접목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들에게 휴식은 물론이거니와 정서적인 안정까지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조경이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고대 안암병원 손인호 조경사(사진)을 만나 '병원의 조경서비스'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들어봤다.
"녹지 공간은 환자들의 안식처"
안암병원 조경을 책임지고 있는 손인호 조경사는 동이 트는 아침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안암역부터 병원 입구까지 연결된 산책로와 함께 의과대학까지 총 1만 2000평 부지에 살아 숨 쉬는 나무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이른바 ‘녹지순찰’로 하루를 연다.
"아침 7시에 녹지순찰을 하면서 출근을 한 뒤 업무 지시를 하고 있어요. 계절별로 손봐야 하는 나무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녹지순찰을 하는데, 요즘 같은 겨울철은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요."
손 조경사는 현재 고대의료원을 대표하는 안암병원과 의과대학의 조경을 책임지는 관리자로 올라섰지만, 과거를 돌아보자면 뒤늦게 조경사의 길을 걸은 케이스다.
이 때문에 조경사라는 직업에 애착이 간다고 그는 말한다.
"나이에 비하면 뒤 늦게 조경사의 길을 걸었어요. 장사도 해보고 다른 직장도 다니다 2005년부터 안암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늦게 시작한터라 더욱 열심히 안암병원을 가꿨어요."
특히 손 조경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일로 약 100m에 이르는 안암병원 산책로 관리를 꼽는다. 안암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정성들여 관리한 산책로를 걷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고.
"서류 정리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선 하루 대부분을 조경 관리에 집중해요. 산책로나 의학도서관 쪽 공원을 관리할 때 환자들이 걷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솔직히 조경사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몸이 성한 데가 없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힘들다고 느껴지면서도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열심히 일하게 된답니다."
"병원 안에서 조경은 이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안암병원뿐 아니라 많은 병원이 '옥상조경', '실내 숲' 등을 자신들의 '랜드마크'로 내세우고 있다. 손 조경사도 이 같은 병원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지난해부터 안암병원이 건설 중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기대한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안암병원에 더해 고대의료원 전체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숙원사업으로, 암·희귀난치성질환 등 고난도 중증환자에게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미래형 병원' 성격을 갖고 있다.
"사실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설하게 되면서 안암병원 조경 중 애착이 가장 컸던 동산이 사라져 아쉬웠어요. 그래도 고대의료원의 숙원 사업인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가 완공된다면 조경도 한 부분을 책임지지 않을까요. 설계도를 봤는데 병원의 기본이 되는 조경도 포함돼 있어 향후 이를 책임져서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 손 조경사는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실내조경'이 향후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내에도 화분으로만 그치지 않고 공원 조성 등 병원 내 조경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환자들도 야외 출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당연히 건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이 때문에 실내 조경이 병원에서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실내 숲을 조성한 병원도 있는데 앞으로 병원들도 환자들을 위해서 실내 조경에 더 관심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