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자발적으로 추진한 '301네트워크'가 내년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일 서울의대 대강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복지 301네트워크 성과평가 심포지엄'에서는 지난 2년간의 301네트워크 사업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히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301네트워크란 별도의 민간재원을 활용해 공적자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본인부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의료기관도 의료비 걱정 없이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는 사업.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구예산 5억원을 투입해 국립중앙의료원, 신천연합의원, 국립마산의료원 등 3개 의료기관에 총 946명 환자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실제로 301네트워크에 참여했던 신천연합병원 노경선 병원장은 "공공병원의 역할이냐, 민간병원의 역할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이는 민간병원 특히 2차병원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사업이 민간병원에 뿌리를 내리려면 일단 이를 통해 병원에 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매우 적절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301네트워크는 의료 봉사와 달린 취약계층 환자를 케어하면서 그에 대한 모든 비용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적자가 나지 않는 구조.
게다가 이 사업을 지속하려면 병원이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소통을 하게 됨으로써 지역내 소통창구를 구축하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노 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특별하지 않다. 환자를 진료해서 병원을 운영하는 다른 민간병원과 같다. 다른 민간병원도 충분히 성공가능한 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홍성의료원 김진호 의료원장은 "의료원 차원에서도 의지를 갖고 있고 앞으로도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사업이다. 다만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권용진 공공의료단장은 301네트워크가 각 지역별로 자율성을 갖고 성장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업 초기에 기본적인 프로토콜은 지키되 각 지역에 맞는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줄 것을 늘 당부한다"며 "제도적인 틀에 맞추려고 하는 순간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 사업은 프로토콜을 규격화하고 예산을 줄테니 실적을 내놓으라고 하는 순간 망한다"며 "지금은 각 병원의 사회복지사가 경험을 쌓고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야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권 단장은 또 "병원장에게 꼭 당부하는 것이 6개월간 지역사회에 밥을 사라는 것"이라며 "병원이 몸을 낮추고 '우리가 여러분을 모시고 일하겠다'라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렇다면 301네트워크의 예산은 계속될 수 있을까.
권 단장은 "사회복지사 상담수가를 추진해 왔고 내년쯤 가시적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사실 최종 목표는 301펀드를 마련, 연간 200억원의 재정을 갖고 전국 200개 병원에 1억원씩 지원해 의료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라고 재원 마련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연간 200억원은 재단적 의료비 예산의 절반 수준으로 이를 통해 전국의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면 많은 예산을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임강섭 커뮤니키케어 추진팀장은 "의료와 복지를 연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301네트워크는 성공적이고 커뮤니티케어의 좋은 시작점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 사업을 두고 의료접근성에 대한 4차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는 표현은 매우 적절하다"면서 "이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진지하고 고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