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 역류질환에서 만성 기침의 감별은 주요 요소로 꼽혀왔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릅니다."
만성 기침이 역류성 식도염에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것은 1970년대 일부 서구 임상을 토대로하면서 부터다. 하지만 최근 동양인에서의 임상적 연관성은 매우 낮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초고도비만 등 환자가 많은 서양인에서는 일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국내 만성 기침 환자의 5% 미만에서 아주 드물게 역류성 식도질환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선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고 있는 김범희 함춘서울내과의원 원장은 "이들 환자에 역류질환을 의심해 PPI 제제를 우선 처방하기 보다는 천식 등 감별질환을 적극 고려해봐야 한다"면서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들이 변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국민병이라고도 불리는 위식도역류질환(GERD)은 여전히 증가세에 있다.
내시경 검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7~9명은 ERD와 NERD를 포함한 포괄적 의미의 위식도역류질환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같은 이유로 GERD는 우리나라 1·2차 의료기관에서 가장 관리 비중이 높은 질환이 됐다.
김 원장은 "GERD 관리는 정확한 진단과 생활습관 개선, 그리고 적절한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음식이 서구화되면서 60~70% 환자는 흔히 GERD 및 NERD가 동반된다. 이런 환자에서는 두통 등 다양한 증상에 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단부터 치료까지 토탈케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PI 검사 진행 증상호전 정도 파악…다양한 종류 및 제형 개발 "선택의 폭 넓어"
GERD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쓰림과 위산 역류 증상이다. 가슴쓰림(heartburn)은 대개 명치 끝에서 목구멍 쪽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처럼 흉골 뒤쪽 가슴이 타는 듯한 증상을 말하며, 환자는 가슴이 쓰리다, 화끈거린다, 따갑다, 뜨겁다라고 느낀다.
이 같은 증상 외에 연하곤란, 연하통, 오심 등의 소화기 증상, 만성적인 후두증상, 인후이물감, 기침, 쉰 목소리, 후두염, 만성 부비동염 등의 이비인후과 증상, 만성기침,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증상, 충치 등과 같은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김 원장은 "산 분비를 증가시키는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위산 분비 자체가 증가할 수 있으며, 지방 섭취가 많거나 비만으로 인해 복압이 증가하면 위식도 역류가 쉽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흡연, 비만, 서구화된 식습관은 GERD 환자라면 반드시 개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당장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PPI 검사를 진행하고 위산분비억제제(PPI)를 사용해 증상의 호전 정도를 확인해 진단한다"고 말했다.
PPI는 GERD 치료에 핵심적인 약제로, 진단을 위한 PPI 검사를 비롯한 경험적 치료, 초기 치료와 유지요법에도 모두 이용되는 약제다. 다양한 종류와 제형이 개발돼 있어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다.
김 원장은 "일부 약제는 식후처방이 가능한 제형도 있으나, PPI는 반드시 아침 식전에 복용해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혈중농도가 최고로 높은 시기에 아침 식사를 해야 약물역동학적으로 최선의 약물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약제는 항혈소판제제 등과 같은 기타 약제들과의 약물 상호작용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PPI로 어느정도 증상이 완화되고 관리가 된다면 서서히 약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투약을 중단하는 것이 맞지만 증상이 남아있다면 간헐적인 PPI 복용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감별진단을 통해 동반질환을 찾아내는 것도 치료 전략상 주요 요소로 꼽았다.
김 원장은 "역류증상이 있지만 악성질환이 동반된 경우, 관상동맥질환과 같은 순환기 질환이나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를 찾아내고 악화요인을 감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