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적어도 진료권을 보장받고 싶다. 병원 경영진이 추구하는 수익에 내몰려 영혼없이 진료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는 의사노조를 출범한 병원 의료진의 하소연이다.
27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아주대병원도 의사노조를 출범했다. 지난 2017년 9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최초의 의사노조가 생긴 이후 지난 8월 중앙보훈병원에 이어 세번째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중앙보훈병원은 공공병원 성격이 짙은 의료기관인 반면 사립대학병원인 아주대병원도 의사노조를 출범했다는 점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이외 일부 병원에서 추가적으로 노조설립을 논의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의사 노조를 설립하는 것인까.
병원의사협의회 강봉수 기획이사는 "의사들이 노조까지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다"라며 "봉직의사 대부분 1년 365일 근무를 한다. 특히 의사 인력이 적은 2차병원의 업무강도는 극심한 상황으로 노동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근로조건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2차병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1명이 외래 진료를 하면서 동시에 병동의 환자의 상태까지 살핀다. 전문의 홀로 외래와 병동을 책임지는 업무 과부하에 몰리면서도 계약 유지를 위해 감수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나마도 현재 노조를 설립한 병원은 고용 불안정이 낮아 노조를 설립할 수 있었지만 더 열악한 중소병원급 의료기관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실정.
강 기획이사는 "노조 설립 얘기를 꺼내는 순간 계약이 중지되기 십상"이라며 "그나마 노조가 만들어진 병원은 대형병원임에도 업무강도가 극심하다고 호소하지만 노조도 만들지 못하는 중소병원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최초로 병원 내 의사 노조를 설립한 김재현 병원의사협의회 정책이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장) 또한 "열악한 의료기관일수록 노조 설립은 생각치도 못한다"며 "의사의 진료권을 보호받고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의사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사들이 노조 설립을 통해 목소리를 내려는 배경에는 의사로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과서적 진료를 하려고 해도 당장 고용권을 지닌 병원 경영진이 수익을 위해 과잉 검사 및 수술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재현 정책이사는 "수가 구조상 고가검사를 통해 돈벌이에 내몰릴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병원 인사고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데 환자에게 친절하고 꼼꼼하게 진료하는 것은 의미없다. 철저히 실적에 의해 평가받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봉직의사는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진료수익을 올리는데 매진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위해서라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