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에게 사용이 제한되는 울티바를 사용했다 해도 마취 유도가 아닌 유지를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마취 후 발 수술을 받고 난 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각직성 마비 상태에 빠진 소아 환자와 가족들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이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환자가 마취에서 깬 뒤 일정 부분 정상적인 활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마취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8일 재판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소아 환자가 석회돌에 발이 깔려 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형외과 의사와 마취과 공중보건의사는 전신마취제 펜토탈소디움과 호흡근이완제 베큐로니움을 비롯해 진통제 울티바를 투여하고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이 끝나자 의사는 약 10분 후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데 대답하고 기침을 하고 고통을 호소하자 수술실에서 퇴실을 결정한 뒤 응급실로 이송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소아 환자에게 청색증이 나타나자 가족들은 의사를 호출했고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환자와 가족들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의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재판은 결국 항소심으로 올라왔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마취 사고로 인해 환자가 이러한 상황에 빠졌다는 근거가 약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증거에 따르면 1~12세 소아에게 울티바를 이용한 마취 유도는 권장되지 않으며 유도제와 울티바의 병용 투여에 관한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없는 사실은 인정된다"며 "하지만 이 수술기록을 보면 울티바를 마취 유도가 아닌 마취 유지 목적을 위해 투여한 사실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마취기록지를 보면 울티바 용량 부분에 10이라는 숫자의 1 부분이 2자가 중복돼 기재된 것도 인정된다"며 "하지만 이러한 기재 사실만으로 진료기록을 허위로 변조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울티바 수액이 투여돼 환자의 상황이 악화됐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
또한 만약 그렇다고 해도 환자가 마취에서 깨서 일정 부분 의식을 차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대한마취통증의학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보면 수술 종료 후 의사가 울티바 수액의 투여는 중단한 뒤 수액 줄만 연결한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또한 만약 계속해서 울티바가 들어갔다면 몇 분 이내에 호흡곤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지만 수술실 퇴실 당시 환자를 보면 의료진의 부름과 지시에 따를 수 있는 상태였고 응급실 이송 당시까지 이러한 상태가 지속됐다"며 "수술시부터 수술실에서 퇴실할때까지 약물 선택과 투여, 퇴실 결정 등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결론내렸다.
아울러 "따라서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환자와 가족들의 청구는 근거가 없다"며 "이를 모두 기각한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