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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생동 규제 완화, 연구개발 감소로 이어진다"

발행날짜: 2019-02-14 05:00:20

대형-중소제약사, 정부 규제안에 온도차…식약처 "위탁제도 금지 사회적 이해 수준"

"규제가 나올 때마다 망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제약사 수는 계속 늘어났다." -한미약품

"2000년 초반 한미약품도 제네릭 영업에 집중했다. 그때 캐시카우가 없었으면 지금의 한미약품이 있을까 한다." -씨트리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난립과 관련해 생동성, 위탁 품목 수 제한 등 규제 방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제약업계의 입장도 양극화되고 있다.

생산 시설, 매출 규모에 따라 규제안에 수혜, 손실 등이 예상되면서 대형제약사와 중소형 제약사간 이해관계가 충돌했다.

13일 데일리팜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제34차 미래포럼을 개최하고 공동·위탁생동 제한이 제약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모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도매상에 불과한 제약사들이 난립하면서 품목 개발이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허가 수수료 인상, 위탁·생동 품목 수 제한 등의 규제안 추진을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식약처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제안한 공동(위탁)생동 허용 품목을 원 제조업체를 포함해 4곳(1+3)으로 줄이는 방안에 무게를 뒀지만 직접 생동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중소제약사의 의견도 수렴 중에 있다.

이날 포럼에서도 대형제약사와 중소형제약사의 입장이 직접적으로 맞부딪쳤다.

한미약품 개발팀 조진효 팀장은 "여러 규제 나올때마다 망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제약사 수는 계속 늘어 현재 900개 가까이 된다"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 팀장은 "2011년 11월 이후 위탁생동 규제의 효력이 상실돼 법적으로 무한대의 공동/위탁 생동 허가가 가능해 졌다"며 "그 결과 제약산업 전반에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과 2016년을 비교했을 때 제네릭의 생동 승인 건수가 1/5로 감소했으며 2012년 자체 생동과 공동 생동 비율이 일대일에서 2016년에는 평균 1회 생동자 생동자료로서 9개 위탁 제조 품목이 허가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 제도는 개선이 시급하다"며 "이는 마치 제약협회가 생동을 한번해서 제약사들에 허가증을 나눠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2011년 기준 자체 생동 수는 543개에서 2016년 128개로, 같은 기간 공동 생동 수는 366개에서 984개로 급증한 것은 국외 제네릭 품목 수에 비춰봐도 과도하다는 것.

한미약품은 공동/위탁 품목 허가 제한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조진효 팀장은 "공동/위탁 품목을 제한하면 R&D 측면에서 각 개별회사의 연구개발 자료로 의약품 허가 시 회사의 CMC 연구, 비임상 연구 등 개발 능력이 증대될 것"이라며 "이는 국내 제약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R&D 연구 능력 증대는 의약품 수출 증가로 연결된다"며 "수출 시 자료구비 측면에서 개별회사의 연구개발 자료가 있을 경우 위탁허가 품목에 비해 수출대상국의 신뢰도 증가와 GMP 실사 대응, 자료 완결성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공동개발의 규제는 허가 품목 수 감소를 유발하고 과당경쟁을 억제하며 R&D 투자에 적극적인 회사가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선진국형 제약산업 구조로 산업이 개편된다는 논리였지만 중소제약사의 입장은 달랐다.

씨트리 김만규 기획실 이사는 한미약품을 직접 거론하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김 이사는 "2000년도 초반 영업을 했는데 그때 경쟁자가 한미약품이었다"며 "당시 한미약품은 제네릭 영업에 집중했었고, 그때 캐시카우가 없었으면 지금의 한미약품이 있을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본사의 사업은 완제 위수탁 사업, 완제 이약품 이런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장기 지속형 플랫폼 기술,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이온성 액체 활용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며 "적지 않은 비용을 R&D에 투자하는 것은 대형 제약사로 성장하기 위한 장기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씨트리의 경우 매출에서 위수탁 제조가 40~50%를 차지한다. 위수탁 제조와 같은 '캐시카우'가 곧 신약 개발에 원동력이 되고 있는 만큼 정량적인 규제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만규 이사는 "위수탁 제품 중에 한미약품 약품도 있다"며 "제네릭은 제약산업의 캐시카우가 맞는데, 캐시카우가 확보된 대형제약사에만 기회를 주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규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씨트리의 해법은 정량적인 규제 대신 품질에 초점을 맞춘 정성적 규제안.

김만규 이사는 "정량적인 허가 규제는 기본 취지인 품질 관리 및 향상과 연관성이 적고 대형 제약사의 매출 쏠림과 후발업체의 R&D 투자 제한의 부작용을 낳는다"며 "위수탁 시장이 붕괴하면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차라리 품목 갱신 제도 강화로 생산량 컷오프를 신설하거나 품질 관련 검토 규정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다"며 "사전 GMP 제도 부활시켜 품목 밸리데이션을 강화한다면 제한된 생산량으로 허가 수 제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어느 한쪽이 유리한 일방적인 제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현철 식약처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작년 터진 발사르탄 오염물 혼입 사건과 제네릭이 많은 것은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언론과 국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마치 2006년 생동성 자료 조작 시험 건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동 시험 자료 조작과 위탁생동 규제와 상관이 없듯 발사르탄과 위탁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위탁을 금지해 달라는 의견이 나온다"며 "코마케팅과 중복 투자를 막는 좋은 취지의 위탁 제도를 금지해 달라는 게 사회의 이해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탁생동은 선의의 차원에서 코마케팅 중복 투자 피하려고 도입된 건데, 과당경쟁, 수출 경쟁력 저하, R&D 투자 안하는 문제 발생했다"며 "(위수탁 제도의) 남용은 식약처와 업계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어 이제 규제는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너무 많은 의견이 들어와서 섣불리 예전하던 방식으로 발표하고 빨리 진행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오늘 나온 입장이 정책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입안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