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규제 샌드박스 사업인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환자-의사간 전송 허용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와 의료계. 보건시민단체는 14일 "문재인 정부가 심장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사업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의 판도라 상자"라고 비난했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드디어 ICT 혁신의 실험장이 펼쳐졌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심의위원회에서 의결된 첫 규제 샌드박스 사업으로 손목시계형 심정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를 조건부 실증특례 한다고 발표했다.
휴이노와 고대안암병원이 신청한 심장 관리서비스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에서 측정한 환자 상태를 전송받은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안내하거나, 1차와 2차 의료기관 전원 안내하는 방식이다.
해당 의료기기는 식약처로부터 오는 3월 의료기기 인증을 받을 예정이며, 고대안암병원 의료진은 약 2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2년간 제한된 범위에서 시행된다.
과기부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측정한 환자 상태에 따라 의사가 환자에게 내원을 안내하거나, 타 의료기관 방문을 안내하는 것은 의료법 상 근거가 불투명하다"고 현행법을 규제로 규정하면서도 "실증특례에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포함되지 않아 원격의료를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과기부장관을 위원장으로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 방통위, 식약처 등 관련 부처 차관급과 학계와 의료기기 업계, 변호사, 소비자단체 등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의료계는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없어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하나, 전송된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가 의학적 판단없이 어떻게 전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더욱이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 환자는 세밀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데이터 전송과정 오류 등으로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의료법 위반과 관련 소송 등 의료진과 업체, 정부 중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면서 "아무런 안전망 없이 중증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허용한 현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회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부처에 끌려가고 있다며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라는 요상한 용어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결국, 규제를 없애고 관련 의료기기업체를 지원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면서 "환자 데이터 관리와 개인정보 유출 등 한 가지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경제부처에 끌려가고 있다"고 혹평했다.
진보단체 역시 강력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해당 사업의 의료법 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 정부는 의료법 위반 논란을 비껴가긴 어렵다"면서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은 원격의료 한 변경이고, 이는 현행 의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안전성과 정확성, 효용성 등 어느 하나 입증되지 않은 심전도 측정기기를 바로 중증환자와 농어촌 환자에게 사용하는 조치는 철회해야 한다. 돈벌이와 특혜에 눈이 먼 고대안암병원도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사무국장은 "식약처로부터 인증도 받지 않은 의료기기의 임상 허용도 문제고, 허가가 나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패스하는 것이 국민건강 측면에서 더 큰 문제"라면서 "4차 산업에 매몰돼 보건의료 분야도 기계를 통해 가능하다는 청와대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복지부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의 명확한 해명과 조속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첫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정치권과 보건의료계 대정부 투쟁 명분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