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 진료 거부 금지 조항이 폭행이나 모욕, 업무방해의 경우 진료거부로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서울 시청역 인근 달개비에서 병원협회와 신경정신의학회 등과 제6차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회의를 개최했다.
의사협회 불참 속에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와 의료계는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에 잠정 합의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보건의료종사자 안전과 진료공간 안전을 위한 노력 그리고 의료기관 내 폭언과 폭행 진료거부 등 3개항으로 구성했다.
우선, '보건의료종사자 안전은 환자안전과 직결됩니다'라는 전제 아래 "진료는 국민의 건강권 및 생명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진료공간이 안전해야 환자가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으며, 모든 보건의료종사자 또한 안전해야 환자의 건강을 돌보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진료공간 안전의 경우, "환자는 자신의 건강 관련 정보를 의료인에게 정확히 알리고, 의료인 치료계획 및 진료절차를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환자와 보호자, 보건의료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진료와 관계없는 위험한 물건(칼, 송곳 등)의 의료기관 반입을 삼가야야 한다"고 적시했다.
특히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거부 조항을 신설했다.
현 의료법(제15조)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사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지 못 한다'며 사실상 진료거부를 금지했다.
이날 의료계와 복지부는 임세원 교수 사망을 비롯한 보건의료종사자의 위협이 가해질 경우 진료거부를 허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복지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환자 또는 보호자 등이 해당 의료인에 대해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형성해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한 경우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를 반영해 환자와 보호자가 유권해석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진료요구를 하는 것은 다른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조항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TF 회의 후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오늘 회의에서 안전한 진료환경 가이드라인 초안을 논의했다, 다음 회의(22일 예정)에서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기로 했다"면서 "선진국 사례를 참조했으며 관련부처 협조가 필요한 만큼 관련부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기관이 주목하는 경비업법과 청원경찰법 개정안도 논의했다.
개정안(유민봉 의원, 신상진 의원 대표발의)은 의료기관에 보안요원과 청원경찰 배치를 의무화 했느나 국가 지원은 '할 수도 있다'와 '해야 만 한다'로 나눈 상황이다.
정윤순 과장은 "보안요원과 청원경찰 배치를 위해 의료기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재정당국 등과 협의 그리고 국회 합의가 필요한 만큼 지원여부를 단정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사법입원제를 골자로 한 정신건강복지법(윤일규 의원 대표발의)과 관련, "사법당국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협회 임영진 회장은 "경비업법과 청원경찰법은 인력 배치만 의무화했을 뿐 국가 지원 규정은 모호하다.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안전한 진료환경 가이드라인과 의료기관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 지원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3월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