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 중 하나인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의 첫 걸음으로 의사의 진료거부권이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이밖에도 경비요원 인력 강화 등 수십년간 의료계가 외쳐온 요구들을 하나둘씩 검토 중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일선 병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못한 듯 하다. 왜일까.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논의를 시작한 이후 만난 일선 중소병원장들은 메르스 사태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의 말인 즉, 국내 허술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대명제 뒤로 쏟아진 후속조치는 경영상태가 열악한 중소병원이 감당하기에는 벅찼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의료질평가 등 의료기관 관련 대부분의 평가에 감염관리 조항을 신설하거나 강화했고 그 결과 병원들은 없는 예산을 쪼개 시설 및 구비하고 인력을 충원했다.
고 임세원 교수가 남긴 유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에 반대할 의사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복지부가 제시한 진료환경 가이드라인에는 의사 진료거부권을 포함해 칼, 송곳 등 위험한 물건은 반입을 금지하고 보안요원과 청원경찰 배치를 의무화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안 상당 부분을 담았다.
하지만 보안요원 인력을 배치하는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추후 진료환경을 개선하는데 시설 개선에 필요한 공사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장의 한숨이 커지는 이유다.
결국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자는 대명제에 반대할 수 없는 병원들은 시설을 갖추고 인력을 채용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까.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