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소아 심장혈관 재생에 사용되는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나면서 환자가 수술(폰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자 의료진과 환자단체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인공혈관 공급 부족에 따른 수술 불가능 사태는 낮은 가격에 불만을 품은 고어사의 일방적인 공급 중단 통보로 이미 예고돼 있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지난 2012년 인공혈관의 건강보험수가를 최대 22% 인하했다. 이어 4년 뒤인 2016년에 19%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인공혈관 가격은 약 46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70~80여만원에 판매됐던 제품을 두 차례나 낮추자 불만을 품은 고어사는 정부와 협상도 외면하며 제품 공급 불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철수를 준비했다. 이른바 "당해봐라"라는 심정으로 나간 것이다.
그마나 지금까지 수술이 가능했던 배경은 병원들이 부랴부랴 사재기를 해놨기 때문이다. 수술도 복지부와 식약처에서도 허가 및 급여 유지를 해줬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재료가 떨어지면서 매년 발생하는 40~50건의 소아 심장혈관 수술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본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생존기간을 3개월만 연장시켜도 수백억원을 보험급여로 지출하는 반면 수술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인조혈관 비용은 연간 지출이 5억원도 되지 않는다"며 "책임감을 갖고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추산하는 인조혈관의 수요량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연간 300개 수준이다. 재료대 보험상한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올려 잡아도 늘어나는 예산 규모는 3억원가량에 불과하다. 이 정도라면 대상과 중증도에 따라 보험수가를 고정해도 되는 상황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도 "가장 큰 책임은 제조사의 비윤리적 행위지만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을 잘 몰라 방치했고 결국 수술 불가능이라는 사태를 초래했다. 사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들은 고어사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려 재공급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고어사는 선천성 심장혈관 환자에게 인공혈관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단한 것"이라면서 "이같은 행위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8일 성명을 통해 "어린아아들의 생명을 사지로 몰고 있는 고어사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선천성 심장병 환우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수술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8일 오후 2시 현재 약 9000여명이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