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마취제 대형병원 저격 경실련 발표 팩트체크 해보니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대형병원을 겨냥해 ‘비급여 국소마취제 부당 이중청구액 환수 및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연 직후 의료계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경실련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급종합병원 비뇨의학과에서 도뇨, 방광경 검사 등을 시행할 때 사용하는 국소마취제를 비급여로 선택하면서 환자로부터 비용을 이중으로 부당청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비급여 마취제 사용은 필요에 따른 선택일 뿐,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경실련은 이날 부당한 국소마취제 비급여 사용과 비용 이중 청구가 의심되는 의료기관과 부당 청구액 규모를 발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회견 자료를 공개했다.앞서 경실련은 지난해 7월에도 국소마취제는 의료행위 수가에 재료비로 이미 포함돼 있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급여를 받은 뒤 환자에게 별도로 비용을 받을 수 없는 ‘산정불가’ 항목임에도, 일부 의료기관이 등재되지 않은 비급여 제품을 사용하고 해당 비용을 환자에게 이중으로 청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이번 추가 발표에서는 상급종합병원의 비급여 가격 고지 내용과 의약품 유통정보센터 신고 출고량을 종합 분석해 그동안의 부당 청구 총액을 추정했으며, 그 규모가 최근 5년간 약 544억 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즉 환자에게 총 544억 원가량이 부당하게 청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실태 발표 이후 경실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관련 자료와 의견을 전달하고, 비급여 국소마취제 사용 실태에 대한 조사와 부당청구액 환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의료계는 제한된 자료를 근거로 의료인을 잠재적 부당청구자로 규정한 무리한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번사안의 핵심 쟁점은 실제로 대형병원에서 사용된 제품의 사용필요성과 이에 따른 별도산정 가능여부다. 다시말해 여러 임상적 목적에 의해 사용된 제품을 환자에게 청구될 수있는지, 그리고 이를 부당청구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기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소요되는 비용을 산정할 때 서비스 비용, 재료비용, 위험비용 등을 함께 반영해 환자에게 별도의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산정불가’ 원칙 역시 환자의 추가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 수가제도의 기본 취지다.다만, 비급여 항목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비급여 마취제를 추가로 사용하는 배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당 병원들은 행위별 수가제에 포함된 급여 국소마취제만으로는 충분한 마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요도에 카테터를 삽입하거나 방광경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하고 완전한 마취가 필요하지만, 현행 급여 마취제만으로는 환자의 통증을 충분히 완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해당 제품들은 식약처분류로는 국소마취제로 분류되 있지만 단순마취제와 달리 마취, 윤활, 소독 3가지 효과가 인정되어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윤활, 소독, 마취 3가지 효과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비뇨의학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학병원 교수는 “불필요한 마취제를 일부러 추가하는 경우는 없다”며 “기본 급여 항목인 리도카인 2%만으로는 마취 효과가 충분하지 않고, 윤활기능이나 소독 기능도 부족해 환자가 상당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의료기관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1회용 국소마취제 비급여 품목을 불가피하게 추가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즉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한 필요에 따른 처치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상당수 비뇨의학과에서는 도뇨나 방광경 검사 시 국소마취제에 대해 비급여 청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 부담 비용은 대략 7000원에서 1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두 번째 쟁점은 이러한 청구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부당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병원들은 그간의 판례와 행정 해석을 볼 때 별도 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지난 2021년 한 마취제 판매업체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비급여 마취제의 별도 산정 가능성이 인정된 바 있다. 해당 소송은 급여로 판매되던 마취제가 업체 요청에 따라 별도 산정 가능 지위를 얻어 비급여로 전환된 이후, 유사한 마취제가 별도 산정 지위 없이 유통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문제 삼은 사례다.이 과정에서 법원은 별도 산정 가능 지위를 부여받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마취제가 요양급여 대상이 아닌 비급여 약제인 이상 방광경 검사 등 행위 비용과 별도로 산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가 별도의 감독이나 규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령상 의무를 위반한 위법 행위로 볼 수는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1가합581953 판결문 일부별도 산정 가능하다는 심평원 회신내용 이보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2010년 관련 한 회사의 질의에 대해 인스틸라젤겔, 카티젤겔 등 비급여 국소마취제는 별도 산정이 가능하다고 회신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경실련의 주장처럼 비급여 품목 사용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이를 곧바로 부당청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의료계는 이번 경실련의 발표는 임상 현실을 잘 모르는 자료조사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추정한 것으로, 문제를 꼽는다면 과도한 청구비용이 문제가 되는 정도라고 말한다.의료계 한 관계자는 "비뇨의학과에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이고 질환 자체가 삶의 질과 연관성이 깊다"며 "환자를 위해 쓴 것을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별도산정도 가능한 것을 마치 부정청구한 것 처럼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