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불임의 개척자로 국내 최대 산부인과인 제일병원을 이끌었던 서주태 병원장이 남성불임치료 전문을 내세우며 개원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일병원이 내부 사정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그를 믿고 찾아온 환자들을 외면할 수 없어 고심 끝에 내린 결단. 그만큼 그는 개원가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있다.
JTS비뇨의학과 서주태 원장은 14일 "25년을 보낸 제일병원을 나오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며 "더욱이 병원장을 맡고 있던 터라 개원은 생각해보지도 않은 선택지"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하지만 병원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면서 무작정 몇 달씩 정상화만 기다리는 환자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결론이 들었다"며 "최소한 수술만이라도 가능한 환경을 찾아보자는 각오가 여기까지 나를 이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만 25년을 제일병원에서 지낸 뼛속까지 '제일병원인'이다.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제일병원 설립자인 이동희 이사장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이래 그는 전폭적인 지원속에서 볼모지였던 남성 불임 분야를 홀로 개척해 갔다.
그렇게 그는 남성 불임의 대명사로 꼽히며 난임, 불임 부부들의 새로운 희망이 됐고 비 산부인과 전문의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제일병원의 수장에도 올랐다.
하지만 극심한 재정난에 제일병원은 점점 희망을 잃어갔고 수술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그만을 바라보던 환자들은 발을 굴러야 했다. 그가 결국 개원을 결심하게 된 이유다.
서 원장은 "다른 병원을 소개시켜도 주고 다른 교수에게 연결도 해주고 했지만 극히 몇 명의 환자 외에는 그대로 기다리겠다며 몇 달을 보내는 것을 보니 의사로서 너무나 많은 번뇌가 들었다"며 "함께 하던 이호석 교수와 급하게 자리를 만들어 개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실 비뇨의학과 위기론이 수년째 계속되는 있는 상황에서 25년간 잡았던 교편과 보직을 버리고 새롭게 출사표를 던진 것은 무리한 시도로도 비춰지기 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비뇨의학과의 새로운 블루오션 모델을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에 차있다. 자신의 명성에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들이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의지다.
서주태 원장은 "대학 동기부터 선후배까지 비뇨의학과가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있는지는 매일 같이 들어 알고 있다"며 "하지만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고 누구도 하지 않고 있는 분야인 만큼 그동안의 노하우가 개원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치열하게 공부하고 더 열심히 수련한다면 난임, 불임 분야도 난임 전문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에서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비뇨의학과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 불임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로 이름을 날린 만큼 아직 개원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환자들은 입소문으로 그를 찾아오고 있다.
개원하자마자 하루에 2~3건의 수술이 이뤄질 만큼 환자들의 예약이 계속되고 있는 것. 이미 4월 중순까지 그를 만날 환자들이 이름을 올린 채 대기중에 있다.
서 원장은 "보직을 맡고 입원 환자를 챙기면서 외래와 수술, 교육까지 해야 했던 교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환자 한명 한명에 더 집중할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며 "내가 판단해서 내가 책임지며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개원의 매력인듯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30년전 볼모지였던 남성 불임을 개척했듯 개원가에서 가능한 난임, 불임치료의 영역도 새롭게 열고 싶다"며 "대학병원의 인프라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수개월간 대기하며 발을 구르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