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의대 산하 종합병원인 서울백병원 경영악화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레지던트 수련병원 포기로 병원의 운영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 누적적자는 1000억원에 육박하고 매달 발생하는 수익적자도 수 억원에 이른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하나둘 떠나고 있다.
돌이켜보면 서울백병원은 초심만 잃지 않았어도 우리나라 대표 외과전문병원으로 뚜렷한 색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출혈경쟁과 모두 다 잘해야 한다는 조바심에 다양한 채색을 시도했고, 결국 색을 잃고 말았다. 마치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검정색이 나오는 것처럼 지금 서울백병원의 색은 암울한 검정색이다.
서울백병원은 전국 5개 인제의대 백병원의 본원이자 88년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유서깊은 병원이다. 게다가 초창기에는 분명한 색도 갖고 있었다. 지난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병원으로 출발한 병원은 원래는 외과전문 대학병원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초대 원장이 외과전문의였고, 이 영향은 1957년 외과수련병원을 탄생시키는 시초가 됐다. 이런 노력으로 외과는 계속해서 성장했고, 그 성과는 결실로 나타났다. 1977년에는 외과팀이 간절제수술을 성공했고 1987년에는 첫 관상동맥수술을 성공하면서 성장가두를 달렸다.
1992년에는 국내 최초로 말기 간암환자의 간이식도 성공했으며 2003년에는 최소절재 심장수술을 시도했다. 이 역시 최초다. 이런 이미지를 얻고 2001년에는 김진복 원장이 평양으로 건너가서 위암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명성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10여년간 미숙한 병원운영으로 경영 어려움도 겪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어야 했지만 미숙한 판단은 엄청난 손실로 돌아왔다.
병원회계에 따르면, 2015년도 미사용 전기 이월자금인 -941억4185만원를 시작으로 ▲2016년 -708억403만원 ▲2017년 -756억9565만원 ▲2018년 -828억7555만원 ▲2019년 -994억988만원 등으로 매년 의료수입대비 높은 미사용 전기 이월자금이 넘어왔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력을 잃었다는 데 있다. 이월금이 없다고 해도 현재 매월 5~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병원의 경쟁력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재단은 폐원을 원하고 있지만 병원 내 교직원 및 운영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입장이다.
결론은 10월에 나온다. 병원 테스크포스팀이 개선안을 내겠다고 스스로 제시한 시간이다. 이를 토대로 결정을 해야한다. 일각에서는 특수 전문병원으로 재탄생하든지 아니면 폐원으로 보고 있다. 과거 어려웠던 한림병원이 화상병원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전혀 회생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색이 없다면 제일병원처럼 매각이 답이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다.
의료학문에서 치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득과 실을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서울백병원이 그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할 때다. 따뜻한 봄은 오고 있는데 찬바람이 시작되는 가을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