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를 통해 경증환자가 유입되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역할과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 최근 폐쇄했다."
경상대병원 신희석 병원장(재활의학과)은 8일 인터뷰를 통해 가정의학과 폐쇄를 결정한 배경을 털어놨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여느 병원장이 그렇듯 가정의학과 폐쇄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은 있었다. 폐쇄 직후 초진환자가 줄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더 이상 경증환자에 의존해서는 3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밀어부쳐보기로 했다.
"경상대병원의 사례를 다른 상급종합병원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 우리 병원은 가정의학과 수련 병원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전문의 1명만 있었을 뿐 교수도 없었다. 제대로 진료해보려 했지만 의도치 않게 경증환자 유입 통로로 활용했다. 그래서 닫기로 결정했다."
그는 가정의학과 수련병원이 아니기에 가능했다고 했지만 병영 경영진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사실 그는 이를 통해 정부에 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했다.
"복지부 등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환자쏠림의 심각성 즉,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안일하게 생각한다. 의료현장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못하는 것 같다. 일개 대학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의 말인 즉, 상급종합병원이 가정의학과를 폐쇄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환자쏠림을 해결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해야한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의대 김윤 교수가 의료전달체계 해법으로 제시한 상급종합병원 확대론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일부 방향성은 공감하면서도 전제조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은 찬성하지만 갯수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권역을 세분화해서 해당 지역에 3차 의료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늘려놓는다면 건보재정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적어도 해당 권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지역내 환자를 흡수하는 기능을 해야하는데 해당 지역 환자들이 여전히 수도권으로 향한다면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대안을 뭘까.
"솔직히 경증환자를 대거 흡수하는 대학병원을 향해 질타를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경증환자 수가를 대폭 낮춘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글쎄다. 병원은 오는환자를 거부할 수 없다. 오히려 경증환자 진료로 인한 적자를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짓(?)을 해야하는 구조만 될 뿐이다. 결국 환자에게도 불이익을 줘야한다."
앞서 약제비 차등제 수준의 패널티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게 그의 판단. 환자가 피부로 체감할 만큼의 격차를 줘야한다고 봤다. 상급종합병원만 다그쳐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또 1, 2차병원의 경쟁력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환자를 전원하려면 지역 내 병의원이 탄탄하게 받쳐줘야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았으면 한다. 1,2차병원이 고사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면 복원이 어렵다. 중소병원 생태계가 무너지면 상급종합병원도 건강할 수 없다. 환자를 전원할 의료기관이 없으면 3차 의료기관도 답이 없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신 병원장은 정부에 의료전달체계 해법 모색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지방의 의료현장은 정부가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