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리베이트는 처방의 대가로 제공되는 금전 또는 경제적 이익을 뜻한다. 그렇다면 금품 등을 수수했더라도 종래 처방하던 의약품 처방량에 변화가 없다면 리베이트에 해당할까.
25일 제약바이오협회는 그랜드하얏트 인천에서 제약산업 윤리경영 워크숍을 개최하고 최신 의약품 리베이트 판례 동향 분석,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 의약품 정보제공 관련 최신 동향을 공유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안효준 변호사는 최신 리베이트 판례 분석을 통해 의료진이 주의해야 할 적발, 처벌 사례를 정리했다.
의사 B씨는 처방량 증가없는 금품 수수가 과연 리베이트에 해당하느냐를 가지고 대법원까지 법적 다툼을 벌였다.
S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의사 B씨에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수 차례에 걸쳐 합계 550만원 상당의 골프 용품을 교부 받았다. 이어 2014년에는 진료실에서 현금 500만원을 받았다.
핵심 쟁점은 골프용품을 수수한 시점 이후 해당 제약사의 의약품을 새로 채택해 처방하지 않았고, 종래 처방하던 의약품 처방량도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처방의 대가, 처방량 증가를 목적으로 제공되는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처방량 증가 여부는 리베이를 판단하는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다.
특히 2015년 12월 29일 개정되기 전 구 의료법에 따르면 '의약품 채택·처방 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만을 리베이트 구성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법원은 리베이트 구성 요건에 반드시 처방 증가가 전제조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판매촉진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의사 외에도 제공자와 수령자의 관계, 주고받은 경위와 시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대상 의약품이 채택되거나 처방 증가를 요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2015년 12월 29일 개정된 의료법에 '거래 유지' 문언을 추가한 것은 '판매촉진'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해, 금품 수수에 따른 거래 유지만으로도 리베이트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한 것이다.
한편 수 년에 걸쳐 수 차례 리베이트를 받는 행위를 '동일 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일정기간 동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한 행위 일체를 하나의 포괄행위로 보거나 반대로 특정 일시·장소에 대한 제공행위를 개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포괄이냐 개별 행위냐에 따라 처벌의 수위,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A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의사 D씨에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1234만원을, 의사 E씨에게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1486만원을 지급했다.
의사 D씨와 E씨는 수수 행위가 개별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일부 수수금은 기소(2016년 4월) 5년 전에 이뤄진 것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수 개의 금품 등 수수행위라고 해도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하며 단일 범의의 발현에 기인하는 일련의 행위라고 인정될 때에는 포괄해 1개의 범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된다는 점을 들어 의사들의 최종범행일을 기준으로 포괄일죄를 적용했다.
시장조사에 참여하는 대가로 영업 대행업체가 제공하는 비용이 리베이트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의사 C씨는 2010년 9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영업사원에게 1회 20~30분 가량 회사 의약품에 관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공했고 이에 대해 대가를 지급받았다.
이에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의사 C가 미필적으로 이를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인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결에는 영업사원이 통장사본을 가져갔고, 대행업체 명의의 계약서를 전달했다는 게 주요 근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