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 배경은 지난말 벌어진 소아 사망사건이 발단이다. 지난해 10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선의종 판사는 성남 모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1인, 소아청소년과 의사 1인, 가정의학과 전공의(당시) 1인에 대해, 2013년 의료 사고 사건에 대해 금고 1년에서 1년 반을 선고하고 1심에서 법정 구속했다.
당시 8세였던 환아는 최종적으로 횡격막 탈장과 혈흉, 저혈량성 쇼크 등 경과를 밟으며 사망했는데 의료책임을 의사에게 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기고문에서 "사태의 근본 이유는 허술한 제도와 부적절한 의료 감정의 합작품"이라며 "제도가 허술하더라도 의료감정이 적절했다면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허술한 제도와 자신이 하는 감정의 목적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실의 판단 기준을 잘못 적용한 감정 덕분에 생겨서는 안 되는 사태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접적으로는 수탁감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분쟁조정이라는 기관 설립목적과 다르게 수탁감정이란 이름으로 형사 과실감정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형사사건의 수탁감정이 최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탁 감정의 근거는 법 25조 ③항의 4. 다른 기관에서 의뢰한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이라고 하는 한 줄의 법조문에 근거하고 있다.
중재원에서 배포한 수탁감정제도 이용안내서에 따르면, 2012년 4월 이후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의료분쟁이 경찰이나 검찰의 요구에 의해 진료과목당 30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탁 감정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60일 이내에 감정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탁감정 접수건수가 2013년 117건에서 2017년 662건으로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정 감정과 수탁 감정은 감정 의뢰 기관과 그 목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정 감정은 ‘옳고 그름’ 보다는 ‘손해의 공평한 분담’에 그 목적이 있는 반면, 수탁 감정은 손해의 크기와 무관하게 특정 행위가 ‘처벌이 필요할 만큼 불법적인 행위였는지’가 감정의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②항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beyond reasonable doubt)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며,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헌법에 따라 무죄 추정을 받기 때문에, 그 추정을 번복하고자 하는 검사가 유죄의 입증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유죄가 인정되려면 검사가 증거를 통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탁감정이라고 하는 불완전한 제도를 통해 의사의 유죄 입증을 감정의사가 대신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며 심지어 민사소송에서 과실이 아니라고 했던 사건이 형사 소송에서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되는 과실로 판결되어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 3명이 법정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목적과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감정의사의 부적절한 의료 감정으로 인해 유발된 참사라고 규정했다.
게다가 의료수준의 기준 설정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수탁감정을 제대로 하려면 교과서에 있는 원칙이 아니라 현재의 임상의료 수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 평균 의료수준이 아니라 최상의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과실 여부를 판단함은 마치 우등생이 아니므로 낙제를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제도를 시급히 보완하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잘못된 형사처벌은 의료인들로 하여금 진료 회피나 방어 진료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수탁 감정의사의 자격강화를 제시했다. 수탁감정 담당 의사는 반드시 형법과 민법의 차이와 의료감정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의료인의 구속을 포함한 형사처벌을 단 한 사람의 감정결과에 따라 검찰 또는 경찰과 같은 관계기관의 해석과 판정에 의존하여 결정하는 절차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수탁감정은 최소한 2인의 감정이 필요하고, 두 사람의 감정 결과가 서로 상반되는 경우에는 제 3의 감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원장은 "의료감정은 의사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라며 "진실규명에 대한 열정과 함께 의료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한 매우 엄중한 일임을 모든 의사들이 잘 알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