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 상당수 간부들 나사가 풀린 것 같다. 여당과 청와대가 질책을 해도 그때 뿐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없다"면서 "대통령 발령인 실국장 대부분 어떤 경고 조치나 보직 변경없이 그대로 가면서 복지부 전체가 안심 모드로 바뀐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는 청와대 결정 장애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복지부 장차관 교체설이 지속적으로 회자됐다.
여당 내부에서는 뒤늦게 발탁 임명된 복지학자인 박능후 장관 임기가 1년 반 이상 지속되는 것은 정책적 성과라기보다 다른 중앙부처의 연일 사건사고가 비해 복지부가 상대적으로 무난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어졌다.
권덕철 차관 역시 마찬가지다.
보건의료정책관과 보건의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그리고 차관 임명 등 승승장구한 권 차관은 오는 6월 임기 2년을 맞는다. 후배 공무원들은 선비 스타일인 권덕철 차관에 대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
박능후 장관은 오는 7월, 권덕철 차관은 오는 6월 임기 2년의 최장수 장차관을 앞두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복지부 차관 교체를 시작으로 장관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가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3월부터 복지부 차기 장차관 인사 검증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장관의 경우, 인사 청문회에 대비해 전현직 국회의원 출신이나 복지부 차관 출신 등을 검토 중이며, 차관은 내부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돌발 변수는 경제부처 차관급의 복지부 장차관 임명이다.
문정부의 보건산업 활성화를 위한 원격의료 개념의 샌드박스 조건부 허용 등 규제 완화 움직임과 내년 총선을 대비해 경제부처 차관급의 복지부 장차관 기용설이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의사 출신 이진석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 지난 1월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이동하고, 민형배 자치발전비서관이 사회정책비서관에 임명된 이후 복지부 과속이 지속됐다는 평가이다.
복지부가 문정부 순장조인 이진석 비서관의 추진력과 기획력에 부담감을 느꼈다면, 광주 광산구청장 출신으로 내년 총선 유력 주자인 민형배 비서관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으로 무게감이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잠시 동안만 청와대 비서관 입맛을 맞추면 된다는 인식과 함께 청와대발 장차관 인사설은 말 뿐인 상황이 반복되면서 복지부 내부의 매너리즘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정가 능통한 한 관계자는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문정부 입장에서 전임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중앙부처는 물론 산하기관장에 대한 과감한 인사를 못했다"면서 "복지부 간부들 역시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며, 어느 라인에 설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가 안일한 사고를 지속한다면 경제부처에서 장차관으로 오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도 경제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하고 "복지부 차관 교체를 시작으로 여름 전후 장관 인사가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복지부 세종청사는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보건의료 정책 분야는 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제외하곤 의료전달체계와 의료일원화, 일차의료 활성화 등 묵은 과제 모두 답보 상태다.
복지부 입사 7년차 공무원은 "보건의료 등 각 부서는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다만, 성과 없이 같은 업무를 반복하면서 지쳐가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로 기대했던 새로운 변화와 과감한 시도는 사라진 채 간부진은 승진에만, 사무관과 주무관은 업무 과부하에 길들여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