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련감염학회서 백신 수급난 등 의료현장 어려움 토로 감염내과 교수들 "과거 백신 접종해도 감염 사례 보고 잇따라"
"홍역 확산은 생각보다 빠르다. 교과서에서도 감염력이 매우 높다고 적혀있지만 막상 경험하면 놀랄 정도다" "문제는 홍역 진단이 어렵다. 현재 의료진은 홍역 환자를 본적도 치료한 경험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이는 경북대병원 장현하 교수(감염내과)가 지난 1월, 홍역 대유행 사태를 겪은 후 던진 말이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회장 김미나·이하 학회)는 23일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24차 학술대회에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 대혼란을 겪은 홍역 대유행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 부제를 '의료기관과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의료관련감염 유행의 확산 방지'로 잡았을 정도로 최근 홍역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이날 학회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최근 홍역 사태를 겪으면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14년 국가 홍역 퇴치 인증될 정도로 국내 환자가 없었고 해외유입감염병으로 실제 홍역환자를 본 의사가 많지 않다"며 "의심하기 쉽지 않고 혈청검사 해석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는 과거 백신접종을 한 경우 항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연구보고서에서는 2회 접종을 한 경우에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의료기관들은 더 혼란에 빠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우리 직원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올해 1월 홍역이 대유행하면서 믿음이 무참히 깨졌다"며 "핀란드에서도 2회 백신 접종 후 22년이 지나면 58% 감소한다는 연구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특히 홍역 대유행을 겪으면서 해당 병원 및 의료진들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필요이상의 노출자 조사로 인한 업무로딩과 감염된 인력의 업무배제로 발생한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부분.
또 홍역 환자 발생 이후 MMR백신 접종이 특정 지역에 몰리면 다른 지역은 백신 수급이 어려워지는 등의 현상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대구파티마병원의 경우 의료진 90여명이 감염되면서 의료인력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한데 이어 중환자실도 일부 운영을 중단했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인근 병원이 업무에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이 경북대병원으로 몰려오면서 우리 또한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다"며 "일부 직원이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가 급증해 업무를 분장하는데 상당히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홍역 대유행을 겪은 고대안산병원 김수현 교수는 "백신 공급이 원활하기 못했고 백신 비용 지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홍역 대처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소요해야하는 시설비, 인건비 등에 대한 지원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일산에서 홍역이 대유행했을 당시 경기도 지역으로 MMR백신이 몰려 다른 지역은 물량을 받지 못했고 올해는 대구지역에 몰리면서 다른 지역은 공급이 안되는 등 백신 공급체계가 주먹구구식이라는 게 의료진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장 교수는 "홍역이 발생하면 직원들의 항체 보유 등 면역력을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막상 대유행으로 번지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MMR백신 2회 접종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올해 대유행을 계기로 백신접종을 했지만 3~4년후 다시 항체 검사를 해야할 수도 있다"며 "백신 접종 후 면역력을 장담할 수 없는 연구 논문이 계속 보고되고 있어 고민스럽다. 항체검사가 어렵다면 백신접종을 진행하는 편이 확산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