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31일 자정까지 막판 협상 예정…병협 난항 전망 김강립 차관 데뷔 무대…의약단체 임원진 협상 테이블 첫 대면
오늘(31일)이 지나면 내년 병·의원들의 한해 살림살이를 책임질 '환산지수(수가)'가 결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1일 오후 3시 대한조산협회를 시작으로 2020년도 유형별 3차 수가협상에 돌입한다. 각 공급자 단체들은 협상 만료시점인 자정까지 건보공단과 릴레이 협상을 벌이면서 최종 수가인상률에 대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유형은 바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고 있는 대한병원협회의 협상 타결 여부다.
2016년도 수가협상에서 결렬한 이후 줄곧 인상률에 합의하고 있는 병원협회의 경우 올해 보장성강화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가 병원에 집중되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최근 발표된 2018년 진료비 통계를 살펴보면, 병원의 총 진료비는 약 6조 9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17년도(6조 3491억원)와 비교하면 10% 가량 진료비가 늘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병원협회는 이른바 ‘착시현상’ 프레임을 내세우며 보장성 강화에 따른 효과라고 주장하는 반면, 추가재정소요분을 결정하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보장성 효과에 더해 본인부담 감소에 따른 이용량 증가의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병호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은 "진료비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병원 유형의 구조도 복잡할뿐더러 상황도 애매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의 진료비 증가속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평균치를 둘 수밖에 없으며 나머지는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결국 통계 상 드러난 압도적인 진료비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올해 병원의 수가인상률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협상 결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자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의사협회는 병원 유형의 진료비 증가를 문제 삼으며 의원급 수가 인상의 안간힘을 쏟고 있는 양상이다. 제로섬 게임 형식인 협상의 특성 상 가장 큰 유형인 병원급 유형이 저조할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수가인상률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서일까.
건보공단 측도 이례적으로 병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병원협회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수가협상을 대표하는 강청희 급여이사가 직접 고개를 숙일 정도다.
이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보장성 강화 정책의 대부분이 병원에 집중된 데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병원을 대표하는 병원협회의 정책적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이사는 "병원협회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적극 협조해서 지금까지 왔다. 앞으로도 수용할 정책들이 많다"며 "이번 수가협상 결과가 보장성 강화 진행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전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배경 설명을 했다"고 말하며 공개 사과 이유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병원협회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상률이 제시된다 해서 쉽게 협상장을 박차고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수가협상 시기에 김강립 신임 복지부 차관이 임명되지 않았나"며 "차관으로서 의약단체 임원진들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는 자리가 하필 수가협상 결과를 보고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김강립 차관이 데뷔하는 첫 자리에서 어떤 공급자단체가 수가협상을 결렬하고 참석하고 싶겠나"라며 "그렇게 되면 소위 말해서 찍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