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복제의약품(제네릭)에 대해 국제일반명(INN)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제 오류를 줄이고 알 권리를 높이겠다는 명분보다는 의약분업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의사와 약사, 환자간에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알 권리를 높이기 위해 INN 도입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INN은 제네릭의 이름을 제조사와 성분명으로 단일화 하는 제도로 일부 국가에서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A라는 오리지널에 제네릭이 나오게 되면 그 약품들은 제각각 유사한 이름으로 새로운 제품명을 붙이고 있다.
가령 오리지널 의약품인 비아그라를 예를 들면 제네릭은 프리야, 팔팔정 등으로 이름을 짓는 식이다.
하지만 INN이 도입되면 팔팔정은 비아그라(한미)라는 형식으로 통일되게 된다. 제조사 이름만이 붙을 뿐 성분명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대한약사회 등 약계는 INN이 도입되면 수십개, 수백개에 달하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혼란이 없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러한 방식은 의약분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오리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성분명처방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INN은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을 브랜드명이 아니라 성분으로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는 결국 성분명 처방으로 가기 위한 옹졸한 변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며 "이러한 경고에도 편의만을 우선시해서 INN을 도입하는 것은 정부의 꼼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미 수차례 생동성 파문 등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에 물음표가 붙었는데도 이를 통일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제네릭 생동성은 오리지널약의 100% 약효를 기준으로 80~125%까지만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되면 허가가 나온다"며 "이는 오리지널과 제네릭이 동일하다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효과만 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따라서 근본적으로 오리지널과 제네릭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환자의 상태와 약품의 효능, 안전성을 다각도로 고려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만약 정부가 계속해서 INN 도입을 추진한다면 이를 의약분업 파기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은 "의약품 관리 효율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INN을 도입한다면 이는 명백한 의약분업 파기 행위"라며 "처방권 수호를 위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