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흉부외과 펠로우가 되고 싶습니다."
몇년 전 서울대병원 김웅한 교수(소아흉부)에게 갓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딴 젊은 의사가 찾아왔다.
요즘처럼 소아흉부외과를 꺼리는 시대에 반가웠지만, 막상 전공의 시절 소아흉부 수술을 접해본 적도 없는 그를 펠로우로 받아줄 순 없었다. 그는 늦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한편으로 그의 미래가 걱정됐다. 과연 펠로우 과정을 통해 그가 일정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출 수있을 지도 의문이었지만 취업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지도교수인 김 교수에게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젊은 의사의 의지는 굳건했다. 결국 한달만 더 고민해볼 것을 권했고, 정확히 한달 후 다시 물었지만 그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그는 서울대병원 소아흉부 펠로우가 됐다. 처음에는 서울대병원 소아흉부 수술을 접해온 전공의보다 나을 게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수련받은 병원은 소아흉부 수련이 전무했다.
바닥부터 배웠다. 허드렛일도 마다치 않았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김웅한 교수는 그가 보여준 진정성과 성실함을 믿고 다른 병원에 추천서를 써줬다.
그가 바로 최근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에 성공한 부산양산대병원 최광호 교수다. 이 수술은 흉부외과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일정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소아흉부에 끊임없는 열정으로 문을 두드리던 젊은 의사는 어느새 경상권 손에 꼽는 소아흉부 의사로 성장했다.
김웅한 교수는 "그를 추천해 자리를 옮긴 지 2년후 대동맥 전위증 수술을 집도했다고 연락을 받고 내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며 "이후 얼마 전 심실보조장치 삽입술까지 집도, 성공했다는 소식까지 접하고는 '인재를 놓칠 뻔 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전했다.
생후 1개월 이내에 실시하는 신생아 대동맥 전위증 수술은 난이도가 높아 이를 성공하면 비로소 소아흉부외과 의사로 인정을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 게다가 심실보조장치 삽입술은 빅5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수술로 당시 비수도권에서는 최초로 성공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최광호 교수가 소아흉부외과 의사의 길을 택한 것은 학문적 호기심도 있지만 본인 자녀의 심실중격결손증 진단도 일부 작용했다고. 본인이 흉부외과 의사로서 자녀의 심장질환을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고생한 만큼의 대가는 없는 열악한 환경 속 후회는 없을까. 최 교수는 "(이렇게 열악한 지에 대한)정보가 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졌지만 곧 이어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물론 성인 흉부는 화려할 수 있지만 소아흉부는 감히 '아트(ART)'이자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소아환자 수술에 성공해 무사히 퇴원시켰을 때의 순간은 당직의 고단함을 잊게 해준다고.
하지만 최 교수도 소아흉부외과 의사로서 아쉬움과 고민은 있다.
그는 "후배 전공의들도 사실 관심은 높다. 문제는 수련 이후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소아흉부 수술센터가 사라지고 있어 사실상 진로가 막막하니 선뜻 택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아흉부외과 의사를 양성하려면 비전, 즉 확실한 진로를 제시해야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한 그는 "정책이나 제도가 성인 환자 중심이다보니 소아환자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특히 에크모와 같은 의료장비도 수술건수가 적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입조차 막혀있다. 좋은 장비가 있어도 쓸 수 없으니 의사로서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