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을 차려 10억여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 70대 의사와 40대 사무장이 덜미를 잡혀 집행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의사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의 태도가 없다고 지적하며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지만 초범인 점을 감안해 실형을 주문하지는 않았다.
울산지방법원은 사무장병원을 설립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사무장 B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과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각 3년과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9일 판결문에 따르면 의사와 사무장은 지난 2010년 울산 남구에 C전문병원을 차리고 1년간 총 80회에 걸쳐 10억여원의 요양급여 비용을 받아오다 적발됐다.
당시 사무장 B씨는 병원 개설 비용을 비롯해 환자 유치, 약품 조달, 비품 구입 등을 맡고 의사 A씨는 월 8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대여해 각각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한 이렇듯 사무장병원을 차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0억여원의 급여비를 받아온 혐의가 인정돼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사무장 B씨는 C전문병원의 총괄이사로서 행정과 자금 관리 업무를 총괄하며 급여비를 받는 통장에서 52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한 것을 비롯해 총 42회에 걸쳐 1억 5715만원을 빼내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다 업무상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사 A씨는 실제로 병원의 운영과 청구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청구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 개설을 돕고 병원의 수입과 지출에 직결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통장을 제공하며 사무장의 병원 개설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의사로서 20년 이상 일했다는 점에서 이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범죄에 공모하고 가담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무장병원을 차려 10억원의 급여비를 편취한 행위가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간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무장 B씨의 경우 이렇게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 중 1억 5천만원을 횡령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사무장 B씨의 횡령 금액이 적지 않고 범행의 동기도 죄실이 좋지 않다"며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조치에 따라 2억원을 납부하고 매년 2500만원을 변제하기로 하는 납부 이행 각서를 제출한 점을 감안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의사 A씨도 범행을 부인하며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사무장 B씨의 요구를 차마 거절하지 못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정상 참작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