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개원가

의협 '진료정보교류 사업'도 보이콧...대정부 투쟁 연장선

박양명
발행날짜: 2019-08-13 06:00:54

불참 이유는…"데이터 소유권에 정당한 대가 없어"
참여 병원들 "보상은 필요" vs 복지부 "수가 개선 중"

정부와 대화를 단절하고 '투쟁'모드에 있는 대한의사협회가 '진료정보교류 사업'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의협 최근 산하단체에 '보건복지부 진료정보교류 사업 참여 중단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해당 사업은 진료정보 생산 주체인 의료인에게 정당한 대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나아가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게 의협 불참의 주된 이유다.

진료정보교류 사업은 환자의 진료정보를 의료기관끼리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교류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 현재 15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1886개 병의원이 진료정보 교류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의협은 "진료정보교류 사업은 표준 연계 모듈을 설치해 진료정보를 공유, 의사의 진료정보 흡수를 통한 정부 주도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라며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돼야 할 의사의 진료정보를 정당한 대가 없이 탈취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진료정보교류가 활성화되면 대다수 병의원은 치료가 아닌 검사 위주로 운영될 수 있어 의료기관 간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의료의 질 저하 및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하는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의협의 목표는 참여 의료기관의 확보가 불가능하도록 해 정부의 진료정보교류 사업 동력을 차단해 궁극적으로는 사업이 중단되도록 하는 것.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환자 의뢰-회송 과정에서 진료정보 교류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의료전달체계와 맞물려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진료정보 교류는 결국 빅데이터와 연결되는데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여부, 교류에 대한 보상 등의 문제에 대해 의료계와 진지하게 설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상용 정보통신이사도 "진료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의사임에도 정부는 상의도 없이 정보를 통합하려고 한다"라며 "의료기관은 정보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지만 정부는 어떤 보상도 없이 의사들의 정보를 갖다 쓸 생각만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정부는 진료정보교류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수억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진료정보 교류와 환자 의뢰-회송을 연계해 수가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료정보교류 사업 참여 병원들 "보상 필요"는 공감

실제 진료정보교류 사업을 하고 있는 병원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신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실제적인 사업 참여에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병원은 보이지 않는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경상도 A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 쏠림 야기 등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환자 쏠림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진료정보교류 사업은 정보의 전달 방식 중 하나다. 오프라인으로 주고받던 것을 전자 문서로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의협의 공문을 받는다고 해서 사업 중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보 교류에 대한 보상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진료의뢰서를 전자로 교류하고 있는 수준인데 이를 교류한다고 해서 수가를 더 주지는 않는다"라며 "특히 영상 정보 교류는 보안 문제 등이 발생하는 만큼 별도의 수가책정이 꼭 필요하다. 교류에 대한 비용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B대학병원 관계자도 "국민 편익을 위해 의료정보를 자유롭게 교류한다는 것은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병원 입장에서는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구축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혜택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혜택, 의료비 절감이라는 국가의 혜택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관계자는 의협의 주장이 '데이터 소유권' 차원에서 봐야 할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돈 주고 사기는 하지만 사진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사진관이 갖는다"라며 "진료정보 소유권이 환자에게 있나, 병원에 있나를 따졌을 때 원칙적으로는 병원 것이지만 법적으로 환자가 요구하면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이슈는 해결돼야 한다"라며 "진료정보를 활용할 때 어떤 형태로든 보상은 필요한데 논의 과정에서 의협을 배제하고 진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복지부 "의협의 주장은 오해…수가 체계 개선 작업 중"

진료정보교류사업을 주관하는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의협의 주장에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진료정보 교류 행위에 대해서는 수가를 이미 지급하고 있다"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뢰회송 시스템, 진료정보교류 시스템 중 어느 걸 사용해도 하나의 수가가 적용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영상 등 진료정보 교류에 다양한 케이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보 종류 등을 고려해 수가 체계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데이터 사업을 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의협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 저장소 자체를 원하는 상급종합병원에다가 지어줘서 관리하고 있다"라며 "빅데이터 사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독점적으로 정보를 축적하려는 체계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의협의 주장들이 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라며 "사업 발전을 위해 대화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