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학회, 기준 모호한 MRI‧PET 급여기준 문제 지적 복지부‧심평원 관계자 참석시켜 근거 마련 요구
"삭감이 걱정돼 비급여로 처방하기도 한다."
류마티스내과 의사들이 정부에 보장성 강화정책에 따라 MRI 등 영상검사가 급여화 됐지만, 이에 따른 급여기준이 허술하다며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급여기준 자체가 애매하게 설계되면서 의사들이 건강보험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이하 학회, 이사장 박성환)는 지난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류마티스 근골격질환 영상검사 급여제도 변화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의료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학회에 따르면, MRI의 급여기준 상 류마티스내과에서 찍을 수 있는 질환은 염증성 척추병증, 척추 골절, 강직성 척추염, 화농성 관절염 등이 있다.
이 경우 진단 시 1회가 급여로 인정이 가능하지만, 척추와 관절질환은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한 MRI 촬영은 다른 질환과 다르게 급여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때문에 급여기준 상 '환자의 상태 변화 또는 새로운 병변 등 진료 상 추가 촬영이 필요한 경우'를 근거로 급여를 청구하고 있다는 것이 학회 측의 설명.
즉 류마티스내과 의사들은 수술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발제자로 나선 학회 백한주 의료정책이사(가천대 길병원)는 "류마티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는 진단 시 1회만이 인정되는데, 실제로 의사들은 진단에 따라 처방 시 많은 고민을 한다"며 "의학적 타당성이 확인되면 급여가 가능하지만 진료현장에서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고 문제점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에서는 심평원의 심사 삭감이 우려돼 비급여로 처방하면서 환자부담이 늘어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백 의료정책이사는 "병원 내 적정진료팀에서 MRI 촬영을 하지 말라는 경우도 있는데, 심사 삭감의 위험성을 걱정해 비급여로 환자에게 청구하기도 한다"며 "심평원이 심사할 때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뇌질환처럼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함께 자리한 윤종현 류마티스영상연구회장(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지난 주 병원 내 보험팀과 PET 청구 여부를 두고 1주일 간 싸웠다. 보험팀은 삭감이 우려돼 서류를 심평원에 보내기 싫다는 것"이라며 "환자도 비급여로 찍으면 부담된다고 해 결국 못 찍었다. 때문에 환자에게 단정적으로 치료에 대한 효과를 말하지 못한다"고 하소연 했다.
의료현장의 이 같은 요구에 심평원 측은 급여기준 설계 당시 좀 더 구체적인 소통 과정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심평원 서기현 상근심사위원은 "급여기준 등 세부 검토과정에서 꼼꼼하게 설계하지 못해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며 "직접 설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처방하는 사람이나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의학적 타당성을 모두 확인하고 심사하기에는 힘든 사례다. 향후에라도 심평원과 의료계가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함께 자리한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동우 사무관(의사)은 모호한 급여기준의 경우 향후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복지부 이동우 사무관은 "류마티스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도 요구하는 부분이기에 검토할 부분이라고 본다"며 "다만, 의학적 근거가 입증되고 비용효과성을 판단하는 등의 순차적인 검토과정을 거쳐야 한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본임 부담을 차등화해 순차적으로 급여화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