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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흔들리면 일차의료 인재 양성도 무너져"

발행날짜: 2019-09-25 05:45:55

서울대병원 박상민 가정의학과장, 전공의 인건비 정부 지원 주장
1,2차 파견수련 전환시 인건비 주체 모호…제도적 논의 제안

한국의 가정의학과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가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가정의학'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1979년 서울의대 홍창의 교수(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가 미네소타대학 교환교수로 다녀온 이후 국내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개설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빠르게 독립적인 전문과목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중증종합병원'으로의 전환은 '가정의학과' 40년 역사에 모멘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제6대 과장을 맡고 있는 박상민 과장을 만나 가정의학과의 비전을 들어봤다.
"일차의료 인재 양성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40주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에 앞서 24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가정의학과 박상민 과장은 최근 의료정책 변화에 따른 미래를 이렇게 내다봤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박 과장은 "상급종합병원 내 가정의학과의 핵심 역할은 일차의료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 정부가 발표한 '중증종합병원'으로 전환할 경우 이 축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9월초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서 중증질환 중심으로 3차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

그는 대안으로 정부가 미래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데 정부의 예산 지원을 제안했다.

교수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실은 평균 9곳이 열린다. 이중 절반 이상 즉, 4~5곳을 전공의 혹은 전임의가 맡아서 외래진료를 한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외래 현장 경험을 쌓아나가며 미래의 일차의료 의사로 길러진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4기)에 이어 김창엽 전 심사평가원장(6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11기),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12기), 정통령 보건복지부 과장(21기) 등 정부 및 공공기관에 주요 보직자를 길러냈다.

그 뿐만 아니라 김철준 (주)한독 부회장(3기)은 물론 김용은 전 삼성생명 이사(10기), 이경미 비엠비엘 대표(24기), 신재원 (주)에임메드 대표(25기), 서범석 루닛 CMO(32기) 등 보건의료분야 리더를 양성하는데 큰 몫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책 변화로 '중증종합병원'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지금의 역할을 축소하고 1,2차 의료기관으로 파견 수련을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공의 급여를 누가 지불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의료인력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기에 인건비를 해당 병원이 부담했지만 앞으로 1, 2차 의료기관으로 파견 수련을 활성화 할 경우 인건비 부담 주체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추진하는 부서와 의료자원 전담 부서가 함께 논의해 누가 인건비를 지불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정의학과의 미래 일차의료 인재 양성이라는 큰 축이 흔들릴 수 있다"며 거듭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오는 28일 서울의대 행정관 대강당에서 40주년을 기념해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동문으로 구성한 심포지엄을 연다.

이번 행사는 총 5개 세션으로 나눠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일차의료에서의 임상적 탁월성 △의료혁신과 일차의료 △국제보건과 일차의료의 협력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