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당초 해당 품목 퇴출 가능성에서 신중론 각 나라별 대응 수위 달라…함량별 관리 기준 등 필요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잔탁(성분명 라니티딘) 제제의 퇴출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위해성 여부에 대한 판단없이는 성급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NDMA 검출 논란을 빚은 발사르탄 역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가 매우 낮았던 데다가 해외에서 잔탁에 대한 회수도 나라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초 예정된 잔탁 퇴출 등 대응 방안에 대해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를 연기했다.
잔탁 퇴출설에 무게가 실렸던 까닭에 이번 발표 연기를 두고 식약처가 기존 퇴출 입장에서 신중을 거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가 공식적으로 퇴출을 언급한 바는 없다"며 "잔탁에 대한 나라별 대응도 각각 다르기 때문에 특정 방향을 결정해 놓고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FDA는 회수에 나서지 않고 있고, 독일과 스위스는 회수를 하는 등 유럽에서도 조치가 각각 다르다"며 "따라서 퇴출도 하나의 옵션일 뿐 퇴출을 기정사실화한 적은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캐나다는 복합제 등 모든 라니티딘 함유 제제에 대해 유통중단을, 싱가포르는 8개 제품에 대해 판매 및 유통 중단을, 이집트는 모든 라니티딘 함유 품목에 대해 판매 및 유통 중단을 결정하는 등 나라별 대응이 다르다.
앞서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도 NDMA 잠정 관리 기준(0.3 ppm)을 초과한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는 잠정 판매 및 제조 중지 조치를, 해당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완제의약품에 대해서도 잠정 판매중지한 사례를 고려하면 라니티딘 성분의 NDMA 검출만으로 퇴출 조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NDMA가 함유 돼 있더라도 0.3ppm 이하의 기준에 적합한 제품들이라면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
따라서 라니티딘 제제의 퇴출을 거론하기에 앞서 NDMA의 적정 관리 기준 선정과 그에 따른 위해성 여부가 정리해야 할 과제다.
식약처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태 때도 각 국가별로 적정 NDMA 함류 기준에 대한 설정치가 있었다"며 "라니티딘의 대응 수위를 정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관리 기준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NDMA가 검출됐던 발사르탄 제제를 복용했을 때의 기준으로 발암 가능성을 평가한 바 있지만 그 가능성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나왔다"며 "따라서 라니티딘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것 하나로 퇴출을 거론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한 NDMA 함유 발사르탄 의약품의 처방자료를 기반으로 실제 환자의 의약품 복용실태를 반영해 발사르탄 복용시 개인별 추가 발암 가능성을 평가한 바 있다.
당시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 전 생애동안 평균 암발생률에 더해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됐으나,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 가이드라인 기준(10만명 중 1명 이하) 보다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공인 시험법 마련하고 있다"며 "내일 브리핑을 통해 그간의 조사결과와 대응 방안을 공표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