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중증종합병원으로의 전환은 번아웃 빠진 외과의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 발표 이후 중증도가 높은 외과, 특히 암질환 등 중증환자를 수술하는 외과계 의료진에겐 호재. 하지만 일부 외과계 교수들은 "저수가 의료시스템에서는 호재가 아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증종합병원 시대에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번아웃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왜일까.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턱없이 낮은 수가. 최근 상대가치개정을 통해 외과계 수술 수가를 개선하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낮다는게 의료현장의 목소리다.
이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중증도 높은 외과 수술 점수를 높이면 자칫 일만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소위 빅5병원의 한 대장암 수술을 주로하는 외과 교수는 "병원 내에서 외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위상이 높아질 순 있지만 수가 체계를 유지한다면 인력조정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한정된 의료진이 일만 더 늘어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외과계 큰 화두는 '번아웃'. 실제로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에서는 현직에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실태파악 중이다. 지방의 모 대학병원 교수의 주 근무시간은 138시간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
외과 교수는 "쉽게 말해 재주만 더 부리고 보상은 없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지금도 소진된 외과 의사들은 더 번아웃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대한종양외과학회 한 임원은 "선택진료비 폐지로 밤늦게 수술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이 사라진지 오래"라며 "수가현실화 없이 중증종합병원 전환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번아웃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