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의원급 왕진료 시범수가 11만 6200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9얼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제동이 걸린 방문진료 개선방안 핵심 쟁점은 의원급 왕진료 비용 문제였다.
복지부는 건정심에 상정한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왕진 및 가정간호 내실화 추진방안'(보고사항)을 통해 단기간 또는 일시적 방문의료가 필요한 의원급 왕진료를 1회당 1만 5640원(초진 기준)에서 11만 6200원(환자부담 30%)으로 개선한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의사 1인당 주당 최대 21명까지 시범수가 산정이 가능하고, 진료행위별 수가 청구도 허용했다.
비공개인 건정심 회의에서 공익위원과 가입자단체 위원 등을 중심으로 현 왕진료보다 과도하게 인상된 시범수가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위원들은 높아진 수가에 따른 환자 본인부담 그리고 향후 주당 21명 환자 제한 규정도 허물어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피력했다.
반면, 공급자 위원은 의원급 왕진 시범사업 시행 전 문제 제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맞섰다.
결국 건정심은 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복지부 보고사항을 이례적으로 부결시켰다.
거동 불편한 환자를 위한 왕진 적정수가는 얼마일까.
의사협회는 진찰료와 방문료, 동행 보조인력 등을 합산해 왕진수가 최소 17만원을 제시했다. 고령사회인 일본의 경우 20만원이 넘는 수가로 왕진 전담 의원이 활성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급 초진료에 준한 현 왕진수가 1만 5640원에 비해 11만 6200원은 7배 이상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진찰료 수준인 낮은 왕진료로 해당 정책이 사문화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건정심 일부 위원은 지역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일환인 의료기관 퇴원환자 관리 비용에 왕진료가 녹아있다고 주장했다.
가입자와 공익 건정심 위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제기하나 쉽게 말해, 11만 6200원 왕진 시범수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재설계하라는 의미다.
복지부는 건정심 위원들의 이의제기에 뚜렷한 답을 못한 채 전면 재논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에서 왕진 시범수가를 비롯한 재택의료 유형별 개선방안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첫 시범사업인 만큼 확신이 없어 대답하기 곤란했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까지 건정심을 좌지우지했던 복지부가 의결사항도 아닌 보고사항에 대해 공익과 가입자, 공급자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여기에 의원급을 대변하는 의사협회의 1년 넘는 건정심 불참으로 의협 소속 위원 2명의 이름표와 좌석조차 건정심 회의장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동네의원 왕진 시범수가 11만 6200원 유지 가능성은 희박한 형국이다.
보건의료 전문가 술기와 노동력에 입각한 적정수가를 외쳐온 복지부의 안일한 왕진수가 대응도, 1년 넘게 건정심 밖에서 소리 지르며 감 떨어지길 바라는 의사협회 전략도 ‘도긴개긴’ 이다.
지역 사회 환자들을 위해 묵묵히 왕진을 지속해 온 많은 의사들의 희생과 노력을 간과한 건정심 재논의 결정 역시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