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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없는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난...초봉 4200만원도 퇴사

발행날짜: 2019-10-02 05:45:55

대학병원 분원 러시 여파…중소병원 중환자실·장례식장 중단
일선 병원장들 "의사·간호사, 환자까지 진공청소기처럼 흡입"

# 340병상 규모의 경기도 A중소병원. 최근 간호사 퇴직이 급증하면서 250병상까지 줄였다. 병원장은 간호사 초봉을 4000만원까지 인상했지만 간호사들의 사직서를 막지 못해 결국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중단했다. 급한 마음에 초봉 4200만원까지 인상해봤지만 오늘도 간호사 2명이 사직서를 들고 왔다.

# B중소병원은 최근 간호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간호사 40명 채용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막판에 빠져나가면서 결국 2명만 남았다. 4~5년전 400병상 규모였지만 매년 한 병동(약 40병상)씩 폐쇄하다보니 올해 250병상까지 줄였다.

두 중소병원은 최근 대학병원 개원으로 간호사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경기 서북부 지역에 대학병원이 개원하면서 인근 지역 중소병원에선 간호사 수급난이 극심해지고 있다.

A중소병원장은 "진공청소기처럼 인력을 흡입하고 있다"며 "병원 경영에 극심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병원 제2병원 건립 여파로 중소병원 간호인력난 수급은 물론 경영에도 파장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성모병원이 개원 5개월만에 808병상 전 병동을 오픈하고 풀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이대서울병원도 지난 5월 개원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 하반기 차병원그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인근에 350병상 규모의 병원(글로벌라이프센터) 개원을 예고하면서 중소병원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병원의 제2병원 건립이 잇따르면서 간호사 인력을 대거 흡수하기 때문이다.

B중소병원장은 "간호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최근 대학병원의 제2병원을 오픈하면서 더 극심해졌다"며 "탈출구를 찾기 힘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B중소병원은 한때 담낭절제술은 물론이고 암 수술까지 해왔지만 이제 암 환자는 찾기 힘들고 간단한 외과수술도 감소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심지어 경기도 C중소병원은 내년초 용인 동백 세브란스병원 개원과 동시에 장례식장 운영을 접기로했다.

C중소병원장은 "인근에 대학병원 개원은 환자 진료 이외 부대시설 운영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동백 세브란스병원에 장례식장이 오픈하면 인근 중소병원 장례식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선 중소병원의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 간호사 인력난에 그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의사, 환자까지 유입하면서 병원의 존재이유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일선 병원장들의 하소연이다.

인천 인근 400병상 규모의 D중소병원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 지난해까지만해도 90%육박하는 병상가동률을 자랑했지만 최근 80%로 급감했다.

D중소병원장은 "경기도에 인접해있다보니 영향이 상당하다"며 "대학병원 제2병원들이 간호사 뿐만 아니라 환자까지 빠져나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협회 한 임원은 "대학병원에서 제2, 제3병원 문을 열면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중소병원으로 유입이 멈췄다"며 "대학병원에 자리가 넘치는데 중소병원 순서까지 내려오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은 교육수련 역할을 한다면서 정작 병상 늘리고 수익 올리기에 바쁜게 현실"이라며 "이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의 방향인지 묻고싶다"고 거듭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