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충무로 제일병원 외래센터 3층 환자대기실은 비만대사수술을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 가득찼다.
본관, 여성암센터, 모아센터 등 다른 건물은 여전히 썰렁한 반면 외래센터 3층은 내원한 환자들로 활기가 돌았다.
한때 분만 1번지로 통했던 충무로 제일병원이 '비만수술센터'를 시작으로 경영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만수술센터를 이끌고 있는 한상문 원장(외과)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외래진료에 돌입, 한달 채 안됐지만 수술 스케줄은 내년 1월까지 잡혀있다. 지난 9월 23일 진료를 시작해 수술을 시작한 게 어느새 20건을 훌쩍 넘겼다. 다음달에는 수술방도 1개 더 오픈한다.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비만대사수술이 연 10여건에 머무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최근 제일병원은 오는 24일까지 산부인과(부인종양, 난임, 일반 부인과), 내과(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병리과 등 전문의 채용공고를 시작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
그 핵심에 비만수술센터가 긴 암흑의 터널을 벗어나는게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타교수의 힘…비만대사수술 1월까지 예약
제일병원 비만수술센터에 환자들은 몰리는 이유는 '한상문'이라는 스타교수 때문.
한 원장은 비만대사수술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대가로 주목받는 인물로 강남차병원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이미 명성이 높았다.
그는 제일병원에 비만수술센터를 통해 대학병원이라는 틀에 갇혀 실행하지 못했던 부분을 개선, 환자 중심의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로 찾아간 일단 외래센터 3층은 비만대사수술 환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구축하고 있었다.
한상문 원장 진료실을 중심으로 수술전 체중관리를 전담할 가정의학과부터 고도비만환자 대부분이 호소하는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위해 신경과를 배치하고 수술 후 처진 살을 성형을 원하는 환자를 위해 성형외과 진료실도 바로 옆방으로 배치했다.
올해 내로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전문의까지 채용해 심장과 당뇨질환 치료후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술 받도록 한다는 게 한 원장의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수술 전 환자가 내원하면 당뇨, 심장질환이 있는지 검사를 받고 체중감량은 얼마나 해야하는지 수면무호흡 치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까지 모든 진료가 원스톱으로 가능한 시스템이 가능해진다.
이는 환자 1명을 중심으로 외과부터 가정의학과, 신경과, 내과, 성형외과까지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진료예약을 하기에 가능하다.
또한 이 모든 진료과가 같은 공간에 있어 환자는 옆방으로만 이동하면 그만이다. 심지어 심장, 간 초음파 검사실과 내시경실도 3층에 위치했다.
이미 수술 대기 환자가 2개월 이상이지만 한 원장은 하루 수술 최대 5건을 지키고 있다.
15일 예약된 외래환자는 23명. 이중 10명이 수술 예약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로 진료시간이 최소 10분 이상 소요된다.
한 원장은 "비만대사수술 환자는 설명할 게 많기 때문에 환자 한명당 15분 이상이 필요하다. 1시간에 진료가능한 환자 수는 4명으로 하루에 20명이 넘으면 너무 바쁘다"고 했다. '3분진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한국의 의료현실이 이곳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지방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진료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15분 외래진료와 1일 수술 5건 이하 원칙은 의료서비스 유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고수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만대사수술 환자의 80%가 여성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여성전문병원이었던 제일병원의 이미지와 맞을 것이라고 본다"며 "경영정상화의 불씨를 살리는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