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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따라 의료인력 수급불균형 심각...사망률도 차이

발행날짜: 2019-10-20 22:00:00

대한심장학회,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정책 제안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 설립 등 정부 차원 대책 절실

"내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서 생사가 결정된다."

대구에서 심뇌혈관질환자 발생시 사망률은 24.6%에 달한다. 발병하고 나면 4명 중 한 명은 죽는다는 뜻이다. 반면 제주나 대전의 사망률은 10.4%, 12.7%로 절반에 그친다. 말 그대로 자신이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생사가 달린 셈.

10년째 심뇌혈관질환자 사망률의 지역불균형이 완화는 커녕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관련 학회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역별 편차의 주요 원인이 예방 가능한 정책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만큼 제도 정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19일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심장학회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심뇌혈관질환 정책 제안'으로 세션을 통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유래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심뇌혈관질환 발생 및 국가적인 질병부담도 증가 추세다.

충북의대 내과학교실 배장환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와 관련한 인프라 구축이 지역별 사망률 등에 실질적 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심뇌혈관질환의 지역별 사망률 차이, 지역별 의료 서비스 접근성에 의한 불균형, 지역별 의료인력 수급불균형이 심각하다"며 "적절한 의료가 공급되었다면 예방이 가능한 사망률을 의미하는 예방가능사망률이 지역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장환 교수
2015년 17개 시도별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은 전국 17.7%. 지역별로는 서울 14.8%, 대구 24.6%, 부산 23.3%, 대전 12.7%, 전북 13.6%, 제주 10.5%, 충북 14.7% 등으로 지역별 두 배에 달하는 사망률 차를 보이기도 한다.

같은 지역간 불균형도 무시 못할 수치다. 충청북도를 예를 들면 진천군 9.6%, 청주시 12.5%, 옥천군 23.6%, 음성군 33.1%으로 진천군 대비 음성군의 사망률은 3배에 달한다.

배 교수는 "최근 15년간의 한국 의사인력 증가는 OECD 평균을 추월했지만 심뇌중증 환자진료를 위한 의사인력의 부족은 심각하다"며 "올해 심장내과 펠로우는 겨우 40명이 배출돼 최근 10년간 최소 인원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한 응급시술을 하는 병원은 160여 개이나 현재 70개 정도의 권역심뇌혈관 센터는 의사 1인만 배치돼 있고, 줄어드는 심장내과 전공자 수를 고려하면 지방에서의 응급심장시술의 진료 공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응급질환을 진료하는 심장내과, 심혈관부분, 신경과 뇌졸중 부분 진료의사의 지원이 20년 전 흉부외과 지원자가 감소하는 양상과 같아 중증질환, 응급질환, 야간당직 질환을 보는 종병, 상종병원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절실하다는 게 그의 판단.

▲안전은 돈…담배세 일부 심뇌혈관의료기금으로 조성해야"

배 교수는 선진국형 심뇌혈관질환 진료체계(중앙-지역-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의 거버넌스) 구축과 이를 위한 재정 지원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배 교수는 "국가 심뇌혈관질환센터 사업의 중앙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위한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의 설립이 조속이 추진돼야 한다"며 "국립 암센터나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응급의료센터와 같은 정책, 연구 기능을 추가하고 중증 환자의 진료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현재 심뇌혈관 관리법은 이미 2016년에 입법돼 있는데 법안을 뒷받침할 예산을 조성하는 법적 수단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응급의료센터는 교통범칙금에서 응급의료기금을 조성했듯이, 담배세 등의 일부를 심뇌혈관의료기금으로 조성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기존 심뇌혈관질환법률의 활성화를 위해 인구의 1/4 을 차지하는 서울/경기도 지역의 권역센터를 추가해야 한다"며 "기존의 권역센터의 적극적인 활성화를 위해 정부보조를 유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설립 이후 OECD에서도 한국의 심근경색증 사망률 감소의 성과를 인정한 것처럼 적극적인 투자가 활성화 돼야 한다는 것. 안전은 곧 돈이라는 뜻이다.

반면 현실은 낙후된 지방의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치료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던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에 대한 연간 지원금이 9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배 교수는 "심혈관질환 기금 설립이 필요하다"며 "중앙심뇌혈관질환센터의 설립과 심뇌혈관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현실적 시행을 위해서는 담배세원에서의 심혈관 질환 기금 설립 등 정부자금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동진 한림의대 교수도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필수의료 국가 책임제로 정부 측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오 교수는 "OECD 국가 중 최근 40년간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나타내고 있어 고령질환 증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노인 1인당 연간 진료비는 평균 연령대의 세 배에 달한다"고 대비를 주문했다.

그는 "장기요양병상의 증가로 인한 만성질환의 급성악화가 증가하지만 종병, 상급종병을 중심으로 한 급성기 병상은 여전히 부족하고 전문 진료인력과 간호사와 의료기사 등 보조인력이 부족하다"며 "장기요양병상이 확충됐지만 정액제 저수가로 인한 질 제고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제안으로는 ▲진료권, 대진료권 내에서 교령환자의 만성질환치료를 위해 내실 있는 장기요양병상의 국가적 지원 ▲급성기 병상의 적절한 공급 ▲고령환자 치료와 요양에 필요한 필수 의료인력 공급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오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필수 의료의 국가 책임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장기요양병원과 급성기 병상에 대한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의 적정 유지를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과 적정 수가를 편성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문제 인식에 공감했다.

그는 "이런 근거 자료를 가지고도 아직 정책적인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랍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며 "법률을 제정했어도 권역지원센터에 예산 없다는 데 큰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률에 지역간 편차가 있다는 건, 내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서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해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