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가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신물질 발견 후 암세포 실험, 동물실험을 거쳐 사람에서 안전한 용량을 확인(1상 시험)하고, 암의 종류별로 효과를 확인(2상 시험)한 후 기존 항암제와 비교(3상 시험)해 시판을 하게 된다.
식약처는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며 "최근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람에게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은 이미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며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빈크리스틴'(1986년 허가), '빈블라스틴'(1992년 허가), '비노렐빈'(1995년 허가)이 있으며, 유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파클리탁셀'(1996년 허가)과 '도세탁셀'(2006년 허가)이 있다.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으므로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효과를 위해서는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1996년 오노데라 등, 2009년 쇼다 등의 연구에서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있었다.
40년 이상 사용된 안전한 약제라는 주장 역시 그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
식약처는 "펜벤다졸의 체내 흡수율이 20%정도로 낮지만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며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