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30일 알츠하이머 얼라이언스 포럼 개최 퇴행성신경질환학회장, 어려운만큼 해부학·병리학적 접근해야
치매 연구자들로부터 사후 인간 뇌 저장소, 일명 브레인뱅크(뇌은행)에 대한 관심 촉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물 실험에 기반,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 집중한 초기 치매약 개발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뇌은행을 통한 실제 인간 뇌의 해부학·병리학적 접근이 치매약 개발에 핵심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30일 한국바이오협회는 산업은행 본점에서 알츠하이머 얼라이언스 포럼을 개최하고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현황 및 뇌은행의 역할에 대한 최신 지견을 공유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줄곧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치매 치료제 개발 난관 극복을 위해 뇌은행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퇴행성신경질환학회 박성혜 회장은 "많은 선진국에서는 뇌은행을 구축, 연구자간의 인적 네트워크(알츠포럼, ALZFORUM)를 형성하고 있다"며 "북미에는 82개의 기관, 유럽에는 39개의 기관이 있지만 아시아에는 2개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포럼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경퇴행성 연구에 7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등 규모면에서 앞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의 치매 국가책임제 선포에 이어 2018년부터 9년간 치매 R&D 투자금이 2000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미국 등 의학선진국은 이미 70년 전부터 뇌연구를 위한 뇌은행을 구축해 부검을 통해 질병으로 사망 시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뒤따랐고, 부검 후 뇌조직을 보관해 연구자에 제공해 왔다.
박 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도 2015년부터 뇌은행을 설립해 사망 후 기증한 뇌를 신경병리학적으로 진단하고 남은 뇌 조직을 보관 및 분양해 향후 연구에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많이 축적된 사람도 정상적으로 활동이 가능해 축적 여부만으로는 진단이 어렵다"며 "치매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원인을 파악하고 신약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뇌은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뇌 기증자가 많아지면 부검을 통해서 한국인 치매 뇌 질환의 특성 파악이 가능해진다"며 "이미 인간의 뇌와 동물의 뇌는 다르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에 동물 뇌 기반의 신약 개발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매 신약 개발은 주로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제거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만으로는 치매 발병 원인을 100% 설명할 수 없는 만큼 임상적 진단, 소견을 바탕으로 한 연구는 뇌은행을 기반으로 할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동물과 인간의 뇌는 다른 특성을 보여 동물 모델의 임상 결과가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 역시 아밀로이드 축적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의 한계점을 언급했다.
양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모 약물이 각광받았지만 3상에서 효과가 없다고 해서 중단됐다"며 "어떤 사람은 아밀로이드가 아무리 많이 쌓여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켄터키 대학교의 데이비드 스노든 교수가 수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치매 관련성 연구에서 한 수녀는 심각하게 아밀로이드가 쌓여있어도 정상적으로 행동했다"며 "이는 아밀로이드만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밀로이드가 쌓인 것과 임상적인 진단으로서의 치매는 다르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임상적인 진단, 정상인과 치매 환자의 해부학적 비교 등과 같은 실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뇌은행의 역할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