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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적고 의료이용 많은 한국의료, 지속가능한가

발행날짜: 2019-10-31 06:00:48

박은철 소장, 2020년까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로드맵 제시
의학한림원 포럼서 "현재 체계로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구동성

OECD평균 대비 낮은 암·급성질환 생존율
OECD평균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의료이용
OECD평균 대비 약 2배에 달하는 병상수
OECD평균 대비 부족한 의사·간호사 수
OECD평균 대비 낮은 진료비

의료 질은 우수하지만 병원 문턱이 낮아 의료이용이 많고, 의료진은 부족한 상황.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박은철 제8분회장(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소장)이 밝힌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 실태다.

박은철 소장
의학한림원은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보건의료체계'를 주제로 제13회 보건의료포럼을 마련했다. 이날 포럼은 초고령사회,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서 현재의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한지 짚어보고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

주제발표를 맡은 박은철 소장은 "현재 보건의료체계를 그대로 두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존재기반이 흔들릴 만큼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 이를 막기위해 혁신하고 장기종합계획을 세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인의 건강상태와 의료의 질은 우수하고 시설과 장비는 많은 반면 보건의료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재원일수는 길고 의료비는 낮다"며 "이 상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급성 심근경색 사망률은 10.4로 OECD 평균 수치인 10.1 수준이며 허혈성 뇌졸중 30일 사망률은 6.2로 OECD 평균 12.1의 절반 수준이다.

유방암 5년 생존율은 86.3%로 OECD 평균 84.7%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며 자궁경부암 5년 생존율, 대장암 5년 생존율, 직장암 5년 생존율도 OECD평균 대비 약 10% 상회할 정도로 우수하다.

외래방문은 17일으로 OECD평균 7.5일 대비 2배를 훌쩍 넘겼으며 평균 재원일수는 18.1일로 OECD평균 8.4일 대비 2배를 상회했지만 활동 의사 수(천명당)는 2.29명으로 OECD평균 3.32명보다 낮았으며 간호사 수도 6.80명으로 OECD평균 8.88명보다 적었다.

급성기 병상수(천명당)는 7.10병상으로 OECD평균 3.70병상보다 2배 많았으며 노인대비 장기 병상수는 36.43병상으로 OECD평균 3.92병상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정신과 병상수(천명당)는 1.25병상, 재활병상수는 0.05병상으로 각각 OECD평균인 0.71병상, 0.48병상 대비 크게 적었다.

박 소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사회 기반의 사람중심 통합 보건의료를 위해 재정을 확보하고 보건의료 R&D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효율적 관리를 위한 정부의 조직개편도 선결과제로 꼽았다.

그는 "보건의료기본법 이외에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전공의 종합계획, 의약품안전관리 종합계획 등을 추진해야한다"며 "지금부터 장기종합계획 논의를 시작해 2020년말까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도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건의료발전계획은 상향식(Bottom-up)구조에서 관련 상위의 목표를 이끌고 나가면서 장기계획을 종합하고 담당자를 반드시 둬야한다"며 "이와 함께 의료 환경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향식(Top-down)구조의 논의 시스템도 함께 진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재 체계에선 지속가능하지 않다. 특히 최근 보장성강화로 의료이용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며 "지금이라도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웠으면 한다"고 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정책연구실장은 "지속가능성을 논하려면 우리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하는데 현재 체계에선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면 당장은 유지하겠지만 지금처럼 환자가 원하는 만큼 의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풀어둔 상태에서는 또 다시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늘 안타까운 점은 문제가 터지고 난 이후에 대안을 논의한다는 사실"이라며 "다행히 최근 건강보험룔 8%인상을 앞두고 함께 대책은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다행이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해상충으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보건의료기본법 이후 나온 계획이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며 앞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 이후 그에 따른 계획 발표는 없었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계획은 있었다"며 "보건의료발전계획을 논의하면서 비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속가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