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유효성 입증 자료 요구로 사실상 재평가 예고 "아스코말바 등 최신 자료 반영" 제약협회, 근거 마련 부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효능 논란을 빚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평가에 본격 착수하면서 2700억원 규모 시장의 재편 가능성이 읽힌다.
이번 재평가에서는 식약처가 과거의 효과 입증 자료를 포함, 도네페질과의 병용 효과를 살핀 최신 임상을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병용 시 급여 인정과 같은 방안들이 해법으로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5일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는 제약사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관련 효능, 효과별 유효성을 입증하는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뇌기능개선제로 허가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작년 기준 27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지만 지속적으로 효능 논란이 제기되면서 복지부가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식약처가 허가 사항 재평가에 착수한 상태.
식약처가 각 제약사에 요구한 자료는 크게 ▲유효성 입증 자료 ▲국내외 사용 현황 ▲품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의견 및 필요시 허가사항 변경안 ▲상기 사항과 관련해 유효성에 대한 종합적 의견 및 향후 계획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운명을 가를 기준은 '유효성 입증 자료'에 초점이 모아진다. 지난 5월 도네페질 역시 유효성 입증 자료 제출이 미비해 혈관성 치매 적응증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콜린알포레이트 품목의 갱신은 2018년에 있었다"며 "따라서 이번 자료 요청은 갱신이 아닌 재평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콜린알포세레이트가 허가될 당시 인용된 자료는 1990년대 자료로 너무 오래됐다"며 "효능 논란이 지속적으로 빚어지고 있어 새로운 추가 임상 자료를 반영해 허가 사항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오리지널 품목은 2000년부터 국내 판권 계약을 맺고 출시됐다. 당시 제출한 근거 자료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 임상에 한정돼 있다.
해당 자료는 ▲노인성 정신퇴조(대조군 20명, 시험약 20명, 30일 ) ▲노인성 정신퇴조(대조군 20명, 시험군 20명, 20일) ▲운동능력 손상을 수반하거나 또는 수반하지 않은 치매(일과성 허혈성 발작 후 또는 그 결과;대조군 20명, 시험군 20명, 15일) ▲연령과 관련된 정신퇴조 및 혈관성 허혈(대조군 20명, 시험군 20명 20일) ▲다발 경색성 치매(시험군 59명, 대조군 58명, 90일)다.
문제는 허가의 근거가 과거 임상인 데다가 규모가 제한적이라 효능을 입증할 '업데이트 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 식약처도 허가 이후 추가된 새로운 임상 내용들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도네페질과의 병용 효과를 살핀 아스코말바(ASCOMALVA) 연구의 결과도 반영할 예정"이라며 "제약사에 품목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의견뿐 아니라 최신 임상 결과까지 포괄적으로 재평가해 허가 사항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스코말바는 2012년부터 11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도네페질과의 병용 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과를 살핀 장기 연구다. 아멘타 교수는 허혈성 뇌손상과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한 59세부터 93세의 환자를 도네페질 단독투여군과 콜린 알포세레이트 병용투여군으로 분류해 인지기능 변화와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추적 관찰했다.
올해 5월 발표된 3년 중간결과에서는 병용군에서 인지기능 평가지수인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점수가 기준치 대비 2점 감소했으며 단독 투여군은 5점 감소하는 등 효용성을 입증한 바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용성 논란이 주로 단독 투여 시 인지능력 개선에 의문부호가 달렸다는 점에서 식약처는 최신 임상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 사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효과 논란이 있기 때문에 최신 연구를 반영한다면 적응증이 도네페질과의 병용으로 한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의료진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가톨릭의료원 신경과 A 교수는 "임상에서 치매 환자에게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단독으로 쓰는 의사는 거의 없다"며 "도네페질 등 콜린에스테라아제 저해제와 병용으로 주로 쓴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코말바처럼 실제 도네페질과 병용 시 증상 개선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며 "근본적인 치매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증상의 개선 및 완화가 확인됐다면 급여 영역으로 남겨두는 게 옳은 판단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은 협회를 구심점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 오리지널 품목을 판매하는 종근당을 제외하고 나머지 제네릭 개발사들은 허여 자료 외에 입증할 자료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급여 재평가에 대비해 TF를 구성했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이 2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중점으로 재평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TF에는 협회 관계자와 제약기업 약가담당자 등이 들어가 공동 논의하는 협의체"라며 "현재 외국 현황이라던가,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 글리아티린 판매사인 종근당 관계자는 "건기식으로 급진적으로 전환하는 방향은 상상하기 힘들다"며 "글리아티린은 아스코말바를 통해 확실한 효과를 입증했기 때문에 이를 건기식으로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식약처가 아스코말바를 인용한다고 하면 병용 시에만 급여 인정으로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며 "11일까지 근거 자료를 만들어 제출할 예정으로 오리지널 품목이기 때문에 여러 근거 자료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