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서 혈압 측정 신기술 공유 체내 삽입형 센서부터 광학식 원리 활용 기술까지 '잠재력'
레이더를 활용한 비접촉식부터 광학식, 체내에 삽입하는 임플란트 방식까지 다양한 측정 방식이 수은 혈압계를 대체할 '미래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기존 기기만큼의 신뢰성 확보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일부 기술의 경우 심전도(Electrocardiography, ECG) 기기와 96% 이상 측정값의 일치는 보이는 등 차세대 혈압계로서 활용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8일 대한고혈압학회는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혈압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미래 기술과 관련해 신뢰성 및 가능성을 확인하는 세션을 마련했다.
수은 함량이 많은 제품 생산과 수출입을 막는 미나마타협약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수은 혈압계가 일선 의료현장에서 퇴출된다. 이미 수은 혈압계를 대체할 접촉식 자동 혈압계부터 가정용 전자 혈압계까지 출시돼 있지만 불연속적이거나 이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시켜 머신러닝에 활용하기까지는 제약점이 많은 상황.
이날 학회에서는 체내 삽입형 임플란트 센서부터 비접촉식 레이더 방식, 광학식 기기까지 아직 개발 중이지만 잠재력을 가진 기술들이 소개됐다.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조성호 교수는 레이더를 활용, 맥파 전달 시간을 이용한 수축기 혈압 산출 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양대 의대 교수들과 비접촉식 레이더 방식의 혈압계를 개발하기 위해 공동 임상한지 4~5년이 됐다"며 "레이더라고 하면 많이들 군사용 전투기 정도를 떠올리지만 요즘은 민간 용도까지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이더가 움직임을 찾는 용도이기 때문에 심박, 혈압과 같은 미세한 변동을 포착하지 않을까 하는 점에 착안해 레이더 혈압계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며 "레이더 특성상 심박수, 호흡수와 같은 신호는 포착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이더 혈압계의 원리는 맥파 전달 시간(pulse transit time, PTT)과 혈압이 상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며 "심장과 경동맥 두 곳에 레이저를 쏴 PTT 차이를 통해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PTT와 혈압이 상관성이 있기 때문에 레이더로 측정해 얻은 PTT값에 변환 함수 값을 대입하면 '적절한 혈압'을 산출할 수 있다는 게 해당 기기의 원리.
조 교수는 "신뢰할 만한 혈압 값을 산출하기 위해선 적정 함수값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본 연구팀은 레이더 측정 값과 병원 장비 측정값이 쌓이면 머신 러닝을 통해 적정 함수값을 도출하자는 전략을 갖고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5mm 정도 크기의 레이더가 개발돼 있어 헬스케어 쪽에 활용하기도 용이하다"며 "디지털로 측정값을 산출하기 때문에 머신러닝에 활용하는 것도 용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서종모 교수는 광학 방식의 측정 방식을 소개했다. 접촉식으로 고무공과 같은 센서를 팔에 부착하는 것까지 기존 기기들과 비슷하지만 '광학'을 이용, 연속적인 측정값 확보에 유리하다.
서 교수는 "고무 돔 안에 일종의 광센서가 크기를 감지한다"며 "압력에 의해 돔이 찌그러지면 광원이 돔이 펴쳐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혈압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속 혈압 측정에 이점이 있는데 기존 기기와 대부분 일치하는 결과값을 가진다"며 "팔목이 두꺼운 사람에서도 측정치는 신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한밭대 전자제어부 정현호 교수는 임플란트 방식의 혈압 측정기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카디오멤스라는 세계 최초의 무선 생체 삽입형 심장 모니터링 기기에서 착안해 삽입형 혈압 측정기 개발에 착수했다"며 "원리는 피의 흐름에 따라 센서 내 저항(캐패시터)이 움질 때 주파수가 바뀌는 것을 측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혈압 센서 크기는 5mm에 불과해 손목 섬유질이나 혈관 외벽에 부착할 수 있고, 유리 소재로 만들어 인체 내에서 이상반응도 없다"며 "토끼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측정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의대 박진주 교수는 "한번 측정한 값을 가지고 고혈압 치료를 시작한다는 게 사실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라며 "현재 소개된 기술들을 봤을 때 기기들이 얼마나 정확한 값을 가지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어떻게 개인별로 측정값을 조정 내지 보정할 건지, 환자 마다 조정이 가능한지, 얼마나 자주해야 하는지도 평가해야 할 요소"라며 "인체 내부도 들어가는 기기의 경우 내구성 및 안전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