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무분규 사업장으로 명성이 높은 분당서울대병원이 때아닌 노조 파업으로 시끄럽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본관 1층 로비에서 용역업체 노조원 400여명이 점거한채 파업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20일 현재까지 2주째 접어들었다.
게다가 지난 19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분당서울대병원의 무기한 파업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서면서 병원 측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노사간 소통이 원활하기로 유명한 분당서울대병원에 무슨일이 생긴 것일까.
19일 분당서울대병원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무기한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은 기존 분당서울대병원 정규직이 주도하는 노조와는 다른 용역업체 노조. 엄밀히 말하자면 병원 노조원들의 파업은 아닌 셈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청소직, 환자이송직, 경비직 일부를 용역업체 등 비정규 직원 1464명이 근무 중이다. 이중 파업을 이끌고 있는 노조원은 민노총 소속 443명으로 기존 분당서울대병원 독자 노조원 1200명의 1/3규모다.
병원 측은 본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98dB이상의 소음을 유발하면서 환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쯤되자 기존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간부진들은 용역업체 노조 점거한 인근에서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파업은 당장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용역직 노조원의 파업으로 행정직까지 총 동원해 환자이송 등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 상황. 급한데로 청소직은 파트타임 직원이 대신하고 환자이송은 사무직 직원까지 총동원해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 2주째에 접어들면서 환자는 물론 직원들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며 "당장은 진료에 차질이 없지만 장기화되면 환자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의대교수들도 도울 수 있는게 있다면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초유의 사태를 잘 넘겨보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병원 측과 용역업체 노조간 첨예한 갈등의 원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조 측은 일괄 고용승계를 통해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병원 측은 정부가 제시한 정규직 전환 규정에 따라 2017년 7월 20일,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채용한 직원에 대해서는 강화된 검증단계를 적용한다는 방침. 하지만 노조 측은 일괄 고용승계를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 관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는 게 병원의 입장"이라며 "노조의 요구대로 전원 고용승계를 할 경우 향후 인사 감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최근 파업에 참여하던 노조원 10명이 업무에 복귀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서서히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