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독자개발 신약인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를 두고 의료진들이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는 유용한 옵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은 역시 국내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직접 판매를 준비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바이오팜은 26일 SK서린빌딩에서 뇌전증 신약인 엑스코프리의 미국 FDA 시판 허가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대 의과대학 신경과 이상건 교수는 엑스코프리의 임상 성과에 대해 혁신적이라고 평가하며 뇌전증 치료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건 교수는 "뇌전증은 유병률이 1000명 당 15명에 이를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지금까지 획을 긋는 신약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엑스코프리가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성과라면 새로운 옵션으로 충분히 기대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엑스코프리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다국가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에서 모든 용량에서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며 지난 22일 미국 FDA의 승인까지 얻어냈다.
Study 013으로 명명된 임상에서 엑프코프리는 6주간의 약물 유지기간 동안 뇌전증 환자의 발작 빈도 중앙값이 56%나 감소했다. 위약군이 22%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치다.
또한 12주간 추적 관찰이 이뤄진 마지막 임상인 Study 017에서 100mg, 200mg, 400mg 으로 약 용량을 무작위 투여했음에도 발작 빈도 중앙값이 36%, 55%, 55%로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특히 사후 분석에 의하면 기존 약물에 반응이 없었던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28%가 유지 기간 동안 완전 발작 소실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기존 약으로는 치료하지 못했던 환자 10명 중 3명은 이 약으로 치료가 됐다는 의미다.
이상건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뇌전증 치료제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그 많은 약물로도 발작 소실율은 50%대에 불과하다"며 "환자의 절반 이상은 어떤 약을 써도 치료가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렇듯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정신사회학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경제적 손실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28%까지 완전 발작 소실을 보인 신약이 나왔다는 것은 단비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 허가 단계부터 단독 요법이 가능하다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바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계속해서 뇌전증 신약들이 나오며 상당 부분 발작 소실율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월등하게 차별화된 약은 없었다"며 "이번 신약은 특히 단독 요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곧바로 임상에 적용해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바이오팜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2분기부터 미국내에서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하며 새 판로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엑스코프리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과 독자 임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역사를 쓰겠다는 의지다.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은 "내년 1월부터 미국 현지에서 영업 인력을 직접 채용해 독자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며 "미국을 12개 권역으로 나눠 전국적 영업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영업 전략이 성공한다면 엑스코프리는 독자 개발부터 독자 임상, 독자 판매까지 이뤄낸 국내 첫 혁신 신약이 될 것"이라며 "2007년부터 준비한 장기간의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