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안소위에서 반대 의견 개진 "정치적 이유로 시행 의도" 보훈처·군사법원 진료기록 허용, 소비자원 불가…정신병원 제외 '보류'
보건복지부 숙원사업인 공공의대 설립 제정안 올해 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는 공공의대 설치 지역을 비롯한 2시간 넘는 치열한 공방 끝에 법안을 보류시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기동민 의원)는 27일 공공의료대학 설치 제정법과 의료법 등 개정안을 심의했다.
공공의료대학 설치 제정법안은 이정현 의원과 박홍근 의원, 기동민 의원, 이용호의원, 김태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병합 심의했다.
해당 법안은 조항 심의 전부터 반대의견에 직면했다.
야당 의원은 "의료취약지 등에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나 현 국립의대 증원으로 가능한 것을 반드시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무슨 노력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대 입장을 개진했다.
같은 당 의원도 "복지부 산하기관으로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에 반대한다. 복지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정치적 이유로 조속히 시행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에서도 부정적 입장이 개진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의료대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가 있다. 의료는 의료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의과대학에 맞지 않다"고 전제하고 "10년 의무복무도 너무 과하다. 군복무와 전공의 수련기간을 합치면 18년이다. 의무복무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은 지역구를 의식해 공공의료대학 위치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야당 의원은 "이미 의과대학이 있는 전북에 왜 공공의료대학을 설치해야 하느냐. 전남 지역은 아예 의과대학이 없다. 전남 지역 의과대학 신설을 전제한다면 찬성할 용이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은 "의사 수 증원에는 찬성하나 공공의료대학 설치에 반대한다. 충북 지역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의 연내 통과를 의식한 듯 일부 의원들은 제정법 통과를 지원 사격했다.
여당 의원은 "공공의료대학 설치가 획기적 방안은 아니나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 49명 정원도 1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으며, 야당 의원도 "공공의료 인력 확충 취지에서 접근해 달라. 특정 정당 공약 등 정치성을 배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의원들의 지적에 공감한다. 공공의료대학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존 의과대학과 다른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의료취약지에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서 반대와 우려 의견이 지속되자 법안심사소위원회 기동민 위원장이 중재했다.
기동민 위원장은 "직역단체의 상이한 의견 때문에 법안 심의가 지연되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청문 절차를 통해 여야 간 충분한 토론을 가진 것은 의미가 있다. 다음 회기에서 진전된 논의를 했으면 한다. 계속심사로 넘기겠다"며 법안 보류를 선언했다.
이어진 의료법안 심의에서 진료기록 확인의 예외적 허용 범위 확대 조항 중 보훈심사위원회(대표 발의 기동민 의원)와 군사법원(대표 발의 황주홍 의원) 신설 조항만 가결했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진료기록 확인을 허용하는 조항(대표 발의 송석준 의원)은 의료단체 반대와 복지부의 개인정보 동의 절차 등을 이유로 보류됐다.
또한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구체화 조항(대표 발의 김명연 의원)과 요양병원 정의에서 정신병원 제외(대표 발의 남인순 의원)도 보류됐다.
진료거부 정당한 사유는 현행법으로 가능하다는 지적을, 요양병원 정의에서 정신병원 제외는 의료법과 정신건강증진법 충돌을 수용해 사실상 좌초됐다.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8일 음주진료 의료인 면허취소와 리베이트 약제 약가인하 소급 적용 등 의료법과 건강보험법 쟁점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