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억제 극약처방 마련…일반병상 불허, 중환자실과 정부 지정센터 허용 4기 상급병원 지정에 -5점 엄격 적용 "전공의 정원·의료질평가 패널티 검토"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 병상 억제 차원에서 사전협의 없는 병상 증설에 극약처방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에 증축 허가 신고 이전 사전협의 없이 1병상이라고 증설한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점수에 강력한 패널티를 부여 차기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2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2021년 신규 지정하는 제4기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사전협의 없는 병상 증설 시 평가점수에 -5점을 부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제3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결과에 비춰볼 때, 평가점수 -5점은 서울권에 위치한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 5 병원이라도 상급종합병원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점수다.
더욱이 현 42개 상급종합병원 중 중하위권의 경우, 평가점수 0.1점 차이로 상급종합병원 진입을 위한 피 말리는 경쟁을 했다는 점에서 복지부가 극약처방을 마련한 셈이다.
상급종합병원 병상 증설 억제 목적의 평가점수 패널티는 이번에 마련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전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 5 병원을 중심으로 대학병원의 암센터 경쟁으로 병상 수가 급증하면서, 대형병원 병상 억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복지부는 2016년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정을 통해 음압격리 병실 구비와 병문안 문화개선, 환자 의뢰회송 체계 의무화, 의료 질 평가기준, 실습 간호생 교육 기능, 전문진료 질병군 진료비중 기준 강화 그리고 병상 증설 시 복지부와 사전협의 등 7개 항목을 신설하고 제3기(2018~2020년) 지정평가부터 적용했다.
당시 의료기관정책과 정영훈 과장(현 한의약정책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병상 증설 제어를 법령상으로 못 한다. 병상 확대 주원인은 상급종합병원이다. 20병상 미만 증설은 크게 심의 안하고 인정하는데, 100병상을 넘게 증설하겠다고 하면 심의를 한다"며 병상 증설 사전협의 기준을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복지부 지침은 달라졌다.
사전협의 없는 상급종합병원 병상 증설 시 허가병상 원상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불응하면 평가점수 -5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히 사전협의를 하더라도 암 등 중증환자를 위한 용도라도 일반병실 증설은 불허하고, 중환자실 및 외상권역센터와 외상권역센터 등 복지부 지정 센터 증설은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분원은 사전협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오창현) 관계자는 "심사평가원의 병상 수 신고 결과를 토대로 상급종합병원 병상 수 변동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면서 "지자체 개설 증축 허가 신고 이전 단 1병상이라도 사전협의 없이 증설한다면 원상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제4기 지정평가에서 -5점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위치한 서울권의 경우, 빅 5병원이라도 -5점은 상급종합병원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점수 패널티 한계도 있다.
상급종합병원 1곳이 위치한 충북권 충북대병원의 경우,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5점을 받더라도 단일 신청이라는 점에서 무혈 입성이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크지 않은 지방권역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관련부서와 협의해 전공의 정원과 의료 질 향상 지원금 패널티 여부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며 병상 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건물 신축 계획 관련 설계 프로젝트 공모를 진행했다.
현 서울아산병원 부지에 감염관리 병동과 심뇌혈관병동 등 자연와 환자 중심의 병동 신축을 예고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와 병상 증설 관련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 지자체 건축허가 이전 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병상 증설을 불허하고, 평가점수 -5점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건물 신축 프로젝트는 아직 계획 단계일 뿐 확정된 사항은 없다. 특히 병상 증설과 무관하다. 환자 안전과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현 병상을 일부 이동시켜 쾌적한 환경을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복지부가 상급종합병원 병상 증설 억제를 위한 강력한 실행 지침을 마련한 만큼 내년 상반기 공개모집될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