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A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퇴직을 고민 중이다. 밀려드는 CT·MRI 판독 건수에 연구는 고사하고 주말까지 출근해서 판독을 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의료진을 충원했지만 급증하는 영상검사 건수를 감당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경기도 B중소병원은 올해들어 영상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낙 구인난이 심했는데 최근들어서는 구경하기도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보장성강화로 영상검사가 급증하면서 대형 대학병원이 의료진을 충원하면서 그나마 있던 전문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영상검사에 대한 비용부담이 사라지면서 밀려드는 검사 건수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상의학과는 워낙 인기과로 높은 몸값을 자랑해왔다. 여기에 정부 정책 요인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욱 귀한 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품귀현상은 단순히 시장논리가 아닌 정책적 여파가 크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원가에 따르면 MRI청구 건수가 2017년 80만9865건에서 2018년 109만989건으로 전년 대비 34.7% 증가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한 것. 2019년 8월기준, 175만1294건으로 1년 전보다 60.5% 급증했다.
MRI 기기 도입 대수 또한 2017년 1496대, 2018년 1553대, 2019년 8월 기준 1621대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영상검사가 급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근거인 셈.
C영상의학과의원 대표 원장은 "판독 의뢰건수가 늘어 의사를 채용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다"며 "특히 영상의학과는 정원 자체가 적어서 구인을 한다고 의료진을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지방의 대학병원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대거 몰리면서 영상검사 건수가 늘어나면서 추가 채용을 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C영상의학과 원장은 "대학병원 대비 개원가나 중소병원에서 봉직의로 활동하는 전문의 급여가 약 1억원 높은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의대교수로서 연구, 교육 등 교수의 삶을 영위했지만 최근에는 판독에 치여 간신히 논문 건수만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 의대교수를 유지하는 것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전문의들이 빠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 A대학병원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의료서비스 한도를 넘긴 상태"라며 "당장 전문의 채용은 물론 인력 양성도 버겁다"고 했다.
실제로 상당수 상급종합병원들이 밀려드는 영상검사 판독을 위해 외주를 의뢰하고 있는 실정. 병원 내 의료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영상검사 건수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D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요즘 동료 교수들을 만나면 일련의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다"며 "검사 판독에 쫒겨 제대로 된 연구를 수행할 수 없게되면 당장은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의학계 발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