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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해달라" 추가수련 위기 서울대병원 전공의들 호소

발행날짜: 2019-12-03 11:39:08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수평위·병원 측에 현명한 결정 요구
"수평위 현장 점검시 소명기회 없어…안일한 병원에 일방적 피해자"

"우리는 구제의 대상이지, 단속의 대상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2018년 인턴 수련을 받은 후 추가수련 위기에 닥친 전공의들의 호소다. <관련기사 : 서울대병원 전공의들 무더기 추가수련 위기 '멘붕' 2019년 11월 11일자>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의는 3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이하 수평위)의결사항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들은 "추가 수련 대상인 인턴 수료자들은 이미 각분과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이거나 군의관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며 "이미 개원의, 봉직의로 진출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이들을 다시 인턴과정을 수료하도록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수평위는 지난해 인턴과정을 수료한 서울대병원 인턴 110명을 대상으로 추가수련과 인턴 정원 축소안을 의결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내과(4주), 외과(4주), 소아청소년과(2주), 산부인과(4주) 수련과정 중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필수 수련 규정을 어긴 것.

서울대병원은 인턴 과정을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간주 과' '산부인과 간주 과'로 규정해 수련과정에 포함시켜왔다는 게 이들의 설명.

하지만 수평위는 수련과정을 임의로 변경한 것을 문제삼아 당시 인턴 110명에게 추가수련과 서울대병원에는 인턴 정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소아흉부도 소아환자 진료…수평위 결정 재고해달라"

이를 두고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수평위 측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각 필수교과의 수련기간과 획득해야하는 핵심 역량만 기술돼 있을 뿐 반드시 해당과에 소속해 수련을 해야한다는 조항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

이들은 "소청과에서 모든 소아 질환을 진료하지 않거니와 '소아흉부외과' '소아응급실'은 수련환경과 장소만 다를 뿐 소아환자에 대한 진료경험은 '소청과'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어 "각 진료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학제진료, 융합적 사고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소청과'에 국한해 수련을 인정하고 '소아흉부외과'는 배제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결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평위 측의 현장 점검 절차도 문제삼았다. 이들은 "피해자인 2018년도 인턴 수료자는 단 한명도 만나지 않고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이런 상태에서 복지부가 최종 처분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공의 우려 목소리 무시한 서울대병원, 사태 책임져야"

또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병원 측에도 110명의 전공의가 추가수련 위기에 내몰린 이번 사태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만약 불합리한 처분이 내려질 경우 철저한 감사를 통한 사태 규명과 원인을 제공한 책임교수, 담당자에 대한 강력한 처분을 요구했다. 만약 추가수련을 받는다면 인턴 수료자에 대한 충분한 배상을 주문했다.

또한 인턴 정원 축소 우려에 대해서도 병원 측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인턴 정원 축소로 인해 발생할 진료공백 상황에서 인력 충원을 해달라"며 "이미 과도한 업무로 지쳐있는 동료 전공의들에게 돌리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어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환자 안전을 위해 외래/병동/수술장을 축소 운영해달라"며 "인력이 줄었는데 동일한 수의 환자를 진료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병원은 앞서 전공의들의 거듭된 우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인턴 수련과정과 배치표에 문제가 없다며 수년간 안일하게 대응해왔다"며 "전적으로 병원 측에 책임이 있는 만큼 전공의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묵인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의료현장에서 '삶을 갈아 넣어 병원을 굴러가게 하는 소모품'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럼에도 수련환경과 환자의 양질의 의료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에 감내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병원과 정부에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다. 믿음을 깨뜨리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이어 "현 상황까지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던 전공의들의 호소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며 "복지부와 서울대병원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