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신경의학회, 뇌신경개선제 예방 효과 세션 마련 "아스코말바 등 근거 충분" vs "포괄적 적응증이 논란 원인"
정부가 효능 논란을 빚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평가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학회에서도 해당 성분의 효능을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옹호하는 쪽은 콜린알포세레이트와 AChE(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와의 병용 효과 등에 실질적 근거가 있다는 입장. 반면 반대하는 쪽은 포괄적인 적응증이 무분별한 처방을 불러온다며 엄격한 임상 설계 및 적응증 재조정을 주문했다.
7일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항노화'를 중심 주제로 이대서울병원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이슈로 부상한 뇌신경개선제들의 예방 및 증상개선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뇌기능개선제로 허가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작년 기준 27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했지만 지속적으로 효능 논란이 제기되면서 복지부가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식약처가 허가 사항 재평가에 착수한 상태.
효능 논란이 주로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건보재정의 낭비나 해외의 약물 허가 사항 등을 거론하며 사회/재정적 측면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대한노인신경의학회는 연구 리뷰라는 학술적인 방향으로 접근했다.
▲찬성 입장 "근거가 말해준다"
신경퇴행질환에서 뇌신경개선제들의 예방 및 증상개선 효과를 발표한 고려의대 신경과 이찬녕 교수는 옹호론에 위치했다.
이 교수는 "뇌신경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액이 2014년 1200억원에서 2018년 3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정도로 뜨겁다"며 "따라서 약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 것인지, 과잉진료가 아닌지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콜린은 저하된 신경 전달을 촉진하고 손상된 신경세포막을 재생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며 "AChE 억제제와 병용 시 AChE는 콜린의 분해를 막고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원료 물질을 넣어주기 때문에 이론상 효과가 있어야 하고 실제 임상에서도 증명이 됐다"고 강조했다.
효능 연구는 ▲투약 후 체내 콜린의 수치 증가를 확인한 동물 실험 ▲2001년 13개의 논문을 분석한 연구 ▲2003년 위약과 비교한 이중맹검 임상 ▲201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도네페질과의 병용 효과를 살핀 아스코말바 등이 있다.
이 교수는 "2001년도 연구를 보면 총 4054명 환자를 대상으로 옥시라세탐 복용군과 MMSE(인지기능평가) 점수를 비교했을 때 옥시라세탐은 22%, 콜린알포세레이트는 23% 좋아졌다"며 "위약과 비교했을 때는 20% 가량 점수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3년도에는 261명 환자를 대상으로 132명에는 콜린알포세레이트를 투약한 이중맹검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콜린 투약군과 비투약군에서 치매 환자의 인지 장애(ADAS-Cog) 점수가 180일째 4점 이상 좋아지는 등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의미있는 건 아스코말바 연구인데 일일 도네페질 10mg과 콜린알포세레이트 1200mg 병용과 위약군을 비교했을 때도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5월 공개된 아스코말바 3년 중간 연구에서는 병용군의 MMSE 점수가 기준치 대비 2점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도네페질 단독 투여군은 5점이 감소했다. 또 알츠하이머병의 악화를 의미하는 ADAS-cog 점수는 단독투여군이 15점 이상 상승했지만 병용투여군은 5점 상승에 그쳐 두 가지 평가지수에서 모두 단독투여군 대비 병용투여군의 인지기능이 더 잘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녕 교수는 "도네페질만 쓰면 MMSE 점수가 10점 떨어지는데 55개월이 걸리지만 병용군은 약 두 배가 걸려 증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 정도도 두 그룹간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욱 벌어지기 때문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가장 잘 조직된 아스코말바 연구에서도 효과가 잘 소개되고 있다"며 "이런 자료를 가지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임상 현장에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대 입장 "치매 환자에서 제한적 효과"
고려의대 신경과 정일억 교수는 반대편에 위치했지만 이날 기획된 세션에 맞춰 '학술적인 토론' 의미에서의 반대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정 교수는 "임상연구를 통해서 비슷한 환자 특성군을 모으고 두 그룹간 환경을 균일하고 동등하게 통제한 상황에서 약물 투여군/비투여군의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며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약효에) 근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가 허가를 얻은 적응증은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이 있다"며 "여기에는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감소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과 같은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며 "문제는 이들 적응증은 뇌에 문제가 있는 노령 환자의 보편적 증상을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하는 적응증이 포괄적이라 노령 뇌 환자 대부분에 적용 가능하고, 이런 상황이 처방량의 급격한 증가를 가졌다는 게 정 교수의 판단. 효능 논란도 임상 설계 당시의 투약 환자군과 달라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과연 이런 적응증이 어떻게 인용됐는지 찾아봤더니 주로 해당 약이 처음으로 출시된 이탈리아에서 허가 받기 위해서 인용된 논문이었다"며"1987년 허가될 때 논문이 국내 허가 당시인 2001년에도 그대로 인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왜 이런 적응증을 가졌는지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지만 2001년 나온 리뷰 논문을 보면 주로 치매 환자에게 이 약을 쓴 것을 볼 수 있다"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을 때는 이상적인 결과가 나왔고 뇌졸중 환자도 추적관찰 기간이 짧았는데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에도 비슷한 논문이 나왔지만 앞선 저자와 대부분 겹치고 내용도 유사했다"며 "결과가 좋다고 했을 때 주로 그 대상은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고 밝혔다.
효능이 확인된 건 치매 대상환자이지만 국내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소위 '치매 예방약' 정도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효능 논란이 일어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뜻이된다.
정일억 교수는 "아스코말바 연구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중간 발표 때는 (일시적으로) 결과가 좋게 보이는 경우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이 아닌 도네페질 병용으로 설정한 것도 영리한 설계"라며 "많은 효능 연구가 이탈리아 자료로 한 국가에 편중된 케이스가 많아 그 인용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들 임상이 이탈리아 내 허가를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대상으로 약물 효용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 및 약물 적응증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일우 대한노인신경의학회장은 "오늘 세션은 정확한 약물 기능이나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게 아니라 학술적 토론을 위해 일부러 찬반을 나눴을 뿐"이라며 "그간 나온 해당 약물에 대한 학술적 관점을 정리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